SBS, 월드컵 단독중계..`협상이변은 없었다`

by유용무 기자
2010.05.03 10:41:55

KBS·MBC, 여러가지 협상안 제시 불구 결렬
SBS, 방통위 과징금 감수키로 한 듯

[이데일리 유용무 기자] 관심을 끌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공동중계` 협상이 SBS(034120)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간 협상이 사실상 무위로 끝나면서,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도 SBS가 단독중계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막판 협상중재로 극적 타결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중계권을 확보한 SBS는 단독 중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궁지에 몰린 KBS와 MBC는 SBS의 마음을 돌리려 여러 협상카드를 내놨지만, 실패했다.

이들 지상파 3사는 지난달 23일 방통위의 시정조치 이후 3~4차례 비공개 중계권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쟁점이었던 한국경기 중계와 중계권료 분담액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국경기 중계에 대해 KBS와 MBC는 공을 들였다. 아무래도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데다, 적잖은 광고 수익도 기대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양사가 높은 분담액을 내고서라도 한국경기만큼은 중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SBS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협상 초반부터 개막전과 결승전을 비롯해 한국·북한·일본·호주팀의 경기를 독점중계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칼자루를 쥔 SBS 입장에선 `협상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겠다는 뜻이다. 대신 나머지 경기에 대해 나눠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협상 진전이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업계 안팎에선 애초 SBS가 방통위가 부과할 과징금(최대 35억원)을 감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말도 나온다.



SBS는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로 적잖은 실리를 취하게 됐다. 또한, 방송계의 위상도 한층 제고될 전망이다.

이미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로 142억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월드컵 역시 한국팀 경기 결과가 변수지만, 사상 최대 수익을 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방송계 맏형`격인 KBS와 MBC를 제치고 국민적 스포츠를 연이어 중계하면서 방송계에서의 입지와 장악력이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년 방송 3위`란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방송계 일각에선 SBS가 지나치게 자사의 이익만 고려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전 등 중요경기에 대해선 나눠줄 수 없다고 원칙을 세운 점은 애초부터 협상에 임할 생각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스포츠 중계권 협상과 관련, `코리아 풀(Korea Pool)` 파기에 따른 심각한 국부 유출의 전례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