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전매제한 내년 봄에 완화

by윤진섭 기자
2008.12.08 13:46:18

분양가상한제, 공공택지만 유지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사례 1. 부산 해운대 우동은 인근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경기가 좋다는 곳이다. A사가 주상복합아파트 용지를 사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 회사는 5년째 보유하던 땅을 내놨다.

이 회사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신규 PF 대출을 해주지 않아 사업을 접기로 했지만 거래가 끊긴 상태여서 땅 매각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 회사는 최근 울며겨자먹기로 사업권을 B사에 넘기는 것을 협의 중이다.

사례 2. 2006년 8월 판교신도시 대형평형에 당첨된 C씨는 내년 11월 입주예정이다. 입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는 벌써부터 초조해 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고 있지만 대출이자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매각하고 싶지만 판교 대형평형은 2011년 5월 이후에나 전매가 가능하다. C씨는 "기존 집을 팔아 중도금과 잔금을 낼 생각이었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며 "잔금 마련이 힘들어 판교 분양권을 팔아야 하는데, 전매제한으로 매각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침체된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카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전매제한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두 제도가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시기에 도입한 것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현 시장 상황에 맞지 않고, 오히려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목소리가 높은 데는 건설사들이 수익성 하락으로 주택을 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0월말까지 전국의 주택공급 물량은 총 21만7631가구로 전년동기(38만3160가구)에 비해 43.2% 감소했다. 특히 10월까지 아파트 공급실적은 12만3486가구로 전년 동기(31만7861가구)대비 61.2%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주택건설 물량은 연초 세운 목표(전국 50만1000가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후 최저 공급물량은 1998년 30만6031가구인데 자칫하면 올해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주택공급이 최악을 기록할 경우 2~3년 뒤 공급 부족으로 집값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는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시기에 도입한 제도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는 맞지 않다”라며 “상한제를 계속 끌고 갈 경우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돼, 폐지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상한제 폐지 시점에 대해 국토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내년 2월 임시국회를 전후해 민간택지 주택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공공택지의 경우 기존 7~10년에서 3~7년으로, 민간택지에서는 5~7년에서 1~5년으로 각각 단축됐다.
 
하지만 이미 분양권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1~7년 동안 전매를 제한하는 조치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분양한 래미안동천 154㎡(46평) 분양권 시세는 분양가 7억8000만원보다 6000만원 낮은 7억2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아파트 146㎡(44평) 분양권도 분양가보다 3000만원 싼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또 용인 청덕동 경남아너스빌 173㎡(52.3평)은 분양가(6억원) 대비 8000만원 하락한 5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용인 성복동 힐스테이트 119㎡(35평)도 분양가(5억300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이 떨어져 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판교 등 전매제한 조치를 적용 받는 곳에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전매제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 입주예정자의 경우 기존 집을 팔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전매제한을 풀어줘 판교 분양권이라도 팔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교 등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둔 데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주변 집값이 동반 급등할 것을 우려한 것 때문"이라며 "용인을 비롯해 수도권 전체 집값이 급락한 상황에서 전매제한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7년으로 줄어든 주택 전매제한기간의 추가적인 단축에 대해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맞춰 전매제한의 추가 완화 또는 폐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