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원하는 리더십)②탁상공론 버리고 시장과 교감하라

by이진철 기자
2008.11.04 12:15:00

잇단 안정책 뒷북치기 일쑤 `시장 반응 맹숭맹숭`
`의사소통`기반한 정책, 적기에 내놔야 효과 발휘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경기활성화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대책은 크게 금융·외환시장 안정, 재정지출 확대,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 규제 혁파를 통한 투자 확대 방안, 중소기업·서민지원 강화 방안 등 5가지로 나뉜다. 골자는 건설경기에 불을 지펴 내년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 수혜가 예상된 건설주는 대책발표 직후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당일 코스피 건설업종 2%대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일부 중소형주만 강세를 보였을 뿐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부분의 대형건설업체 주가는 하락마감했다.

건설경기 부양책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히는 대형건설주가 시장에서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선 신용경색 불안감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건설주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추가 하락을 막는 정도의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발표 다음날인 4일 건설주가 급등하고 있지만 확신은 크지 않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처럼 부동산 대책도 시장의 예상보다 큰 액션이 있어야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정부는 발표에 앞서 이것저것을 흘려놓는 바람에 오히려 시장의 기대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건설·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산업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동안 정부는 종합적인 처방약보다는 상황에 따른 부분적인 대책을 찔끔찔끔 내놨다. 그 사이 건설업체의 부실을 곯을대로 곯아갔다.

정부정책의 발표시점도 문제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와 양도세 및 종부세 등의 세제완화로 정책적인 규제완화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수요 위축요인은 상당부분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바닥권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시장에서 당장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책이 정부의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기 않은 정책발표는 시장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리더하지 못하는 단적인 예다.  



실제로 정부는 증시급락으로 펀드런(대량환매) 우려가 제기되자 세수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증권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발표일 이후 신규 납입분부터 적용돼 기존 펀드가입자의 펀드환매 욕구 완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업계가 그동안 요구했던 어린이펀드에 대한 비과세 부분도 제외됐다. 자녀명의로 가입하는 어린이펀드의 경우 장기투자 대표상품임에도 불구, 어린이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이번 세제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채 펀드에 대한 세재혜택도 발표시점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는 전무했다. 결국 정부 발표이후에야 자산운용사들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규펀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 업계와 아무런 사전조율없이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을 발표하는 정부의 탁상공론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자산운용업계는 장기펀드 세제지원방안에 대해 언론발표일 당일에서야 내용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정부정책에 대한 대응전략을 전혀 세우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얼마전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규제했는데 결국은 이로 인해 헤지펀드들이 매도로 대응해 결국 증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세밀하지 못한 정책으로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고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도 "정부가 건설사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집행되기까지는 몇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휘청거리는 건설사 입장에선 이같은 정부지원책이 그림의 떡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불특정 다수가 아닌 정말로 경기침체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정계층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권에 대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그 지원된 돈이 정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겐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서민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이라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들의 소득을 늘려야만 소비가 되살아나고 경기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군불을 지핀 효과가 아랫목만 따뜻해져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윗목도 군불의 온기가 적재적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야 시장의 신뢰도 얻고 정책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