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현장에 그린화재가 있다

by신성우 기자
2008.04.22 11:20:20

이영두 회장의 私기업들 대기업 BW 발행 관여하며 두각
대한해운·대우차판매 등 백기사로 참여 막대한 투자수익
한화-메리츠 인수전 제일화재 지분 2.72% 보유 시장조명

[이데일리 신성우기자] 제일화재해상보험을 놓고 한화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간의 인수전이 불이 붙으면서 제일화재(000610) 지분을 보유한 그린화재가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린화재의 지배주주인 이영두 회장이 그린화재를 인수한 뒤 M&A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린화재가 나타나 주목할 만한 자산운용 수완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린화재의 실질적 지배주주는 이영두 회장으로 인핸스먼트컨설팅, 리더스초이스, 바이콘 등 특수관계인 6명과 함께 그린화재 지분 34.22%(490만주)를 갖고 있다.

바이콘 등 이 회장이 거느린 계열사들은 1990년대 중반 대기업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관여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곳들이다.

1995년, 1996년 경으로 대기업들이 BW 발행이 잇따랐는데 대부분 최장 만기 40년에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분리된 것들로 향후 있을지도 모를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발행 이후 워런트 상당수를 사들인 오너들도 더러 있었다.

당시 바이콘은 인수자로서 상당수 대기업들의 BW 발행에 관여했다. 이 회장과 재계 오너들과의 친분을 엿볼 수 있다. 바이콘의 2대주주(19.04%)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02년 초까지만 해도 그린화재는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이 이끌었다. 이 회장은 2002년 5월 극동유화 계열의 세양건설산업으로부터 그린화재 주식 20만주를 장외인수하면서 등장하게 된다.

이윽고 2004년 1월 이 회장은 장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한 데 이어 2월에는 대표이사에 오르면 그린화재의 2대주주로서 경영일선에 나서게 된다.

지난해 3월에 가서는 이 회장은 마침내 그린화재의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4년만에 그린화재에 대한 M&A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그린화재 인수에 성공한 이 회장은 M&A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제는 M&A 현장에서 투자수익을 챙기는 자산운용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린화재가 현재 제일화재를 놓고 메리츠금융그룹과 한화그룹이 치열한 인수전을 예견한 듯 제일화재 지분 2.72%(72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어서 만은 아니다.


2004년 4월 대한해운(005880)이 노르웨이의 골라LNG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을 당시 그린화재는 '백기사'로 나서 200억원 규모의 대한해운 BW를 인수했다.

이후 그린화재는 신주인수권 행사 등을 통해 보유하던 대한해운 주식을 올 2월초까지 전량 처분해 수백억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그린화재는 또 지분경쟁 논란에 휩싸인 상장사 대우자동차판매에 대해서도 2004년에 8.5%(249만주) 가량을 사들였다.

대우차판매(004550)가 당시 최대주주인 아주산업 등 아주그룹과 우리사주조합 및 이동호 사장간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잠복해있던 때였다.

보험사에 대한 M&A을 시도한 적도 있다. 현재 태광그룹으로 매각되기 전인 2005년초 흥국쌍용화재(000540)는 대주주간 내분이 치열했는데 당시 그린화재가 M&A를 시도했으나 1대주주측이 태광그룹으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일단락 된 바 있다. 그린화재는 지금도 흥국쌍용화재 지분 7.16%를 소유하고 있다.

그린화재가 2007회계년도 1~3분기 영업수익 7407억원에 2006년도 전체 순이익의 8배나 되는 311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도 이처럼 M&A 현장에서의 투자수익이 한 몫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린화재가 여러 M&A에 직간접 적으로 참여해 온 데 이어 이번에 제일화재 지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회장의 '동물적 감각'이 다시금 흥미를 더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