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5.08.23 11:36:11
"주택가격 거품붕괴로 인한 금융불안 막아야"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 7명 위원중 유일하게 콜금리목표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3일 한은이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김 위원은 콜금리목표를 3.25%에서 동결하자는 다수의견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0.25%포인트 인상 주장을 소수 의견으로 남겼다.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무려 10가지나 됐다.
우선 주택가격에 거품이 존재하고 있으며 거품붕괴시 금융불안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가격급등 지역의 지가총액이 전국 지가총액의 3분의 2이상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며 "개인적인 추산에 의하면 현재 전국 부동산 시가총액은 토지와 주택을 합쳐 4500조원(GDP의 5~6배 수준)으로 지난 5년간 약 1000조원 내지 15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이득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설비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투자입지를 해외로 돌리는데 일역을 하는 한편 원활한 노사관계 정착을 지연시키고 막대한 자본이득으 얻은 일부 소득층이 국내소비 대신 해외소비를 늘리는 등으로 현재의 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까지도 낮추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특히 "주택가격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크게 하락해 있는 점에 비추어 주택시장에 거품이 존재하고 있다"며 "그 거품이 꺼질 때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폐해를 감안하면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이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또 단기적인 성장률 하락의 부정적 효과를 감안해도 부동산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높은 성장이 예상돼 단기적인 성장률 하락은 감내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내외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했지만 김 위원은 정반대의 견해를 제시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두 차례의 콜금리 인하 후 현 수준을 유지해온 반면 미국은 아홉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결과 시장금리의 역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국내 금리가 미국에 비해 높았던 상반기중에도 90억달러 이상의 해외증권투자가 있었는바 하반기에는 해외투자 자유화 등 제도적 완화정책과 더불어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상적 투자가 늘어나 자본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여러 중진국에서의 사례처럼 심리적인 영향으로 인해 탈법 또는 위법적인 자본도피가 동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내외금리가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가운데 원화의 약세가 예상될 경우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한 자본유출의 규모나 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위원은 또 금리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치러야 할 대가는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들의 과당경쟁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올때까지 금리인상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팔라진 수익률곡선(yield curve)은 경기회복과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달 이미 정책방향에 대한 시그널링(signalling)이 있었던 데 이어 다음 단계인 정책금리 인상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또 "정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정책결정과 실행간의 내부시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은 정부보다 시장에 가까이 있어 그같은 시차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을 기다려 본 후에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을 창구지도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도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장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지난 6월 금리급등시 한은이 국채 직매입을 통해 시장안정에 나선 것은 실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은 시그널을 준 적절치 못한 정책으로 이로 인해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 신뢰가 손상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정부나 국회가 재정지출이나 감세 등을 통해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책금리 인상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정부에 대해 지속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시중은행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해 외환보유액을 기업 설비투자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미 한국투자공사(KIC)에 170억달러를 출연하기로 했고 2년 연속 한은이 적자를 볼 것에도 불구하고 손실위험이 큰 시중은행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해 외환보유액의 비효율적 운용 가능성과 외자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