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0.08.29 18:07:12
자금시장이 다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증시가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동시 순매수하며 전날 되살린 회생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 놓았다. 또 외환시장도 은행 딜러들의 거래 자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며 거래가 정상화됐고, 금리도 이틀째 하락했다.
29일 증시에서는 최근 지속되어온 박스권 장세를 이용한 외국인의 선물 투기매매에 허약한 시장이 좌지우지됐다. 그러나 거래소시장은 장 막판 낙폭을 거의 만회했고, 코스닥의 하락도 크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부 은행이 은행간 거래를 재개한데다 기업 네고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1110원대에 진입해 달러/원 환율은 지난 5월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도 거의 정상화됐다.
채권시장에서는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서도 일부 은행권과 투신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이틀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내린 731.56, 코스닥지수는 2.85포인트 내린 112.83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3시장 수정주가평균은 전일 대비 3070원(19.88%) 상승한 1만8512원, 최근월물인 선물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80포인트 떨어진 92.50포인트로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거래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기업 네고물량에 의해 환율이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 낮은 1110.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 채권시장에서는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최종호가수익률은 3년물 국고채가 전날보다 4bp 떨어진 7.87%, 3년물 회사채는 2bp 떨어진 9.00%, 2년물 통안채는 4bp 떨어진 7.71%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거래소시장이 한때 10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다 막판에 낙폭을 만회하며 보합권을 지켰다. 거래소시장은 오전 10시30분경에 쏟아진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물량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다 막판 개인과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다시 살아났다. 한마디로 선물시장에 휩쓸린 하루였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내린 731.5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며 연 16일째 순매수 행진을 하고 있다. 개인은 장중 내내 매도로 일관했고, 투신 등 기관은 시장 베이시스 변동에 따른 프로그램매매에 철저히 치중하며 매수와 매도를 옮겨 다녔다. 외국인은 현대차와 현대전자, 우량 옐로우칩 등을 중심으로 총 473억원 순매수했고, 투신도 19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73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매수는 701억원, 매도는 667억원으로 총 34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대형 블루칩의 경우 오전 외국인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매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약세를 보였다. 다만 한통과 한전만 소폭 상승했다. 현대전자의 경우 외국인이 10일째 계속 대량으로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조금 떨어졌다.
건설주는 정부의 활성화 대책 촉구가 잇따르면서 강세를 보였다. 다만 우방의 최종 퇴출결정이 관리종목의 약세로 이어졌다. 벽산건설, 신한, 동부건설, 동부건설 우, 두산건설 우, 삼환까뮤 등 8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청구와 일성건설 등 일부 관리종목은 하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종금, 증권, 은행 등 금융주와 함께 운수, 창고, 기타제조, 비철금속, 철강, 화학, 의약, 고무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기계는 하락폭이 컸고, 보험, 도매, 금속기계, 종이 등은 하락했다. 상승 종목수는 상한가 51종목을 포함해 450종목이었고, 하락 종목은 하한가 8종목을 포함, 369종목이었다.
LG투자증권 김정환 책임연구원은 "한마디로 선물시장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흘러간 장이지만 20일선을 지지한 것이 의미있었던 장"이라고 정리한 뒤 "선물시장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매매에 휘둘리는 무기력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모처럼 순매수에 나섰으나 전날 급등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차익매물을 이겨내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112.83포인트로 마감, 전날보다 2.85포인트 떨어졌다. 초반 강보합으로 출발, 12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으나 두터운 매물벽을 뚫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지수가 하락한 것은 개인들이 대거 물량처분에 나섰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25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맞서 기관이 225억원, 외국인도 47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개미들의 매물을 받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투신권의 경우 132억원어치를 사들여 관심을 모았다.
지수 관련 대형주와 닷컴주들이 대거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하락폭이 깊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7개만 올랐다. 쌍용정보통신 이네트 엔씨소프트 리타워텍 등이 강세였다. 한편 신규등록종목은 강세행진을 지속했다. 국순당 서울제약 피케이엘 타임 한빛아이앤비 디지탈캠프 진양제약 등이 상한가까지 올랐다.
이날 오른 종목은 상한가 40개를 포함한 187개에 머문 반면 하락종목은 2배를 넘는 378개(하한가 12개)에 달했다. 거래량은 2억5387만주, 거래대금은 2조2408억원이었다.
3시장 거래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3시장은 장 초반 닉스가 전일 대비 무려 62만7550원 오른 63만700원에 단 1주 거래된 영향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수정주가평균은 전일 대비 3070원(19.88%) 상승한 1만8512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벤처가 전일보다 0.01% 내린 보합권으로 장을 끝냈지만 닉스가 속해있는 일반은 무려 40.45%나 폭등했다.
선물시장이 극심한 데이 트레이딩에 시달리다 결국 사흘만에 약세로 반전됐다. 외국인과 개인의 초단타매매가 극성을 부리면서 거래소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형세를 연출했다. 지수는 급등락하며 변동성이 심한 장세였고, 최근월물인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80포인트 떨어진 92.5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시장
사흘동안 은행간 거래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달러/원 환율이 지난 5월10일1109.10원이후 가장 낮은 1110.10원까지 급락했다. 8월내내 1114~1115원대에 묶여있던 환율은 28일 기업들의 네고물량에 밀려 1111원대로 떨어진데 이어 하락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이후 중단됐던 은행간 거래가 일부 재개된데 이어 환율급락세로 기업들의 실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거래규모도 은행간 거래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외환시장협의회를 긴급 소집, 딜러들의 거래자제 집단행동을 강하게 질책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개장 후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나타내다 일부 은행이 지난 24일의 은행간 거래자제 합의를 깨고 시장에 참여, 외환시장에 약간 정상화되는 모습도 보였으나 이 때까지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 오후엔 전자업체등 기업들의 네고물량이 시장에 쏟아져들어오면서 환율이 하락했고, 이후 전날보다 1.70원 낮은 1110.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현물환은 금융결제원을 통해 13억76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960만달러 등 총 19억8610만달러가 거래됐다. 이는 은행간 거래 중단이전인 지난 23일의 20억1580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거래가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오후장 초반까지 기업들의 결제수요가 많이 등장해 네고물량을 흡수하며 환율을 전일대비 보합권에서 묶었으나 환율지지를 위한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않자 그동안 매도시기를 저울질하던 네고물량이 대거 등장, 환율을 급하게 끌어내렸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수출기업들이 네고가 많이 들어오면서 수급요인에 의해 환율이 자연스럽게 하락했다"며 "최근 시장분위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정책적 매수세등 당국의 환율안정의지가 조금은 약해질 것으로 본 시장참가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외환시장협의회를 긴급 소집, 딜러들이 은행간거래 자제행동에 대해 강한 경고를 전달했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은 개장 초부터 박스권 탈피를 위한 시도가 이어졌으나 매수세 확산에 한계를 드러내 수익률 하락폭은 5bp를 넘지 못했다. 오랜만에 국고채와 통안채 경과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추격매수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개장초 3년물 국고채 2000-4호와 2000-10호 등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반기 국채발행 규모가 당초 계획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매수세에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매도호가를 쫓아가서 채권을 사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한국은행은 오전에 통안채 1년물 5000억원에 대한 입찰을 실시했는데 1500억원이 7.30%에 낙찰됐다.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최종호가수익률은 3년물 국고채가 전날보다 4bp 떨어진 7.87%, 3년물 회사채는 2bp 떨어진 9.00%, 2년물 통안채는 4bp 떨어진 7.71%를 기록했다. 9월만기 국채선물은 오후들어 상승폭이 줄어들어 결국 전날과 같은 99.86포인트로 마감됐다. 12월물 국채선물은 0.06포인트 오른 99.10포인트로 마쳤다.
7.8~8%의 수익률 박스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수익률이 박스권의 상단에 다가서면 예외없이 매수세가 유입되지만 7.8%선 이하로 내려가는 것 역시 상당한 압력을 받는다.
채권종목마다 특정한 금리대에 도달하면 매물소화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매물이 쏟아져 나와서 문제라기보다는 매수세가 더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스권을 지지하는 재료는 시장에 다 알려진 물가, 콜금리 인상, 예보채 발행 등이다. 반대로 박스권 탈피를 시도하는 세력들은 충분한 기간조정과 추가악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현재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