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려 합가했는데 투기?”…비거주 1주택자 ‘사각지대’
by김은경 기자
2026.05.01 05:00:03
육아·발령 등 ‘불가피 비거주’ 사례 있는데
일시적 2주택 특례와 달라 제도 보호 못 받아
장특공 ‘보유→거주’ 전환 논의…법안 잇따라
“기준 없으면 실수요자 피해·시장 혼란 우려”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시댁에서 지내는 것뿐인데, 투기로 간주될까 봐 걱정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신혼 시절 청약으로 당첨된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 이를 전세로 내주고 시부모님 집에 합가해 6년째 살고 있다. 당시만 해도 해당 아파트 가격은 12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이후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고가 주택 범위에 들어갔다. 아이가 크면 해당 아파트를 처분하고 학군지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기간 중심 공제를 줄이고 실거주 감면을 강화하는 방향을 시사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A씨는 “아직 아이가 어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갑자기 법이 바뀐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지방 발령을 받은 B씨도 비슷한 입장이다. B씨는 직장 이동으로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기존 주택을 임대했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집을 처분하지 않았지만 비거주 1주택 규제 논의가 나오자 불안감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 축소 및 폐지 등 규제를 강화할 것을 예고하자 불가피한 이유로 보유 중인 주택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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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갖가지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억울하게 투기꾼으로 몰려 세금폭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현행 제도상 A씨와 B씨는 보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주거 이동 과정에서만 예외를 인정하는 ‘일시적 2주택’ 특례와 적용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시적 2주택은 1주택자가 새 집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을 바로 처분하지 못해 일정 기간 2주택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는 일정 기간 내 종전 주택을 양도하면 이를 1세대 1주택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주거 이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2주택 상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장치로 ‘기존 주택 보유→신규 주택 취득→기존 주택 처분’이라는 요건을 전제로 한다.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요건 아래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예컨대 공공기관이나 법인의 이전으로 수도권 밖 지역에 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이 같은 일시적 2주택 특례와는 결이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새 주택을 취득해 갈아타는 과정에서 2주택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1주택을 임대한 채 다른 곳에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다. 결국 이들은 ‘불가피한 비거주 1주택’이라는 별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장특공 개편 논의와 맞물리며 부각되고 있다. 장특공은 12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따로 계산해 공제율을 적용한다. 10년을 채우면 보유 40%, 거주 40%를 합쳐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면 폐지보다는 보유기간 공제를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감면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소속 의원 등 13명이 공동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장특공에서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최대 40%)을 전면 폐지하고 이를 거주기간 공제로 흡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거주 2년 이상부터 공제율 16%를 적용해 최대 80%까지 확대하고 공제 대상은 ‘보유기간 3년 이상 1세대 1주택’으로 한정했다. 국내에 생활 기반이 없는 국외 거주자도 장특공 적용을 배제한다.
다만 정부는 비거주에 대한 공제를 줄이거나 폐지하더라도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 1주택자가 된 경우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녀 교육, 지방 발령,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선 거주에 준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보유 공제를 줄이고 거주 공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교육, 지방 발령, 부모 봉양 같은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교육의 경우 시군을 옮겨야 하지, 단순히 강북구에서 강남구로 이전하는 것은 현재 일시적 1주택자 특례에서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거주 1주택자를 모두 투기 수요로 볼 경우 A씨처럼 육아 때문에 일시적으로 합가한 경우나 B씨처럼 지방 발령으로 집을 비운 경우까지 같은 잣대로 묶일 수 있어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비거주 1주택이라고 해서 모두 투기 수요로 볼 수는 없다”며 “직장 이동, 육아, 부모 봉양,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사유가 있는 만큼 어떤 경우를 불가피한 비거주로 인정할지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준 없이 규제가 확대될 경우 실수요자들이 매도와 거주 전환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거래 위축과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