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EU, 英에 이혼합의금 1000억유로로 인상"

by방성훈 기자
2017.05.03 15:16:16

프랑스·독일, 英에 브렉시트 위한 허들 높여

미셀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수석 협상대표.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협상 개시 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이혼합의금’을 1000억유로(한화 약 123조3500억원)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여러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 주도 하에 이혼합의금을 다시 산정, 비용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엔 연금 납입금과 장기 지역 개발 프로젝트 분담금 등은 물론 브렉시트 이후인 2019년과 2020년에 농업 보조금과 EU가 쓰게 될 행정 비용 등을 영국이 떠안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3일 이혼합의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폴란드 등은 이혼합의금에 브렉시트 이후의 농업 보조금 100억~150억유로를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리스는 영국이 터키 난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독일은 영국에 EU 자산을 분배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포르투갈 등은 우발채무 및 대출 등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EU 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의 EU 탈퇴로 발생하게 될 예산 공백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한편,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추정치인 400억~600억유로는 비공식적인 것인데다, 브렉시트 협상 기한인 2019년 3월까지의 비용만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발생할 비용까지 고려하면 EU가 협상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다. 이러한 탄력성은 영국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EU 협상팀은 보고 있다.



FT가 EU 회원국들의 요구 사항들을 반영해 추산해 본 결과에 따르면, 영국이 10년 이상 EU 측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최소 910억유로에서 최대 1300억유로로 집계됐다. 이를 영국이 EU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비용과 상계하더라도 560억~750억유로에 달한다. 벨기에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의 선임연구원 솔트 다르바스는 “영국은 장기 순자산보다 더 많은 선불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달 27일 열린 영국과 EU 협상 대표들 간 첫 면담에서 양측은 극심한 의견 충돌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논의를 병행할 것을 주장했다. 영국이 이혼 합의금으로 EU와 다른 회원국에 내야 할 돈이 없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반면 미셀 바르니에 EU 수석 협상대표는 “브렉시트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어떤 협정도 없을 것”이라며 ‘선(先) 탈퇴, 후(後) 무역협정’, 이혼합의금 우선 지급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첫 회동 이후 “(브렉시트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이전보다 10배는 회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