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경쟁사 '김빼기' 도넘었다

by김유정 기자
2012.11.12 11:24:15

찜갈비·삼겹살·배추 등 잇단 가격할인
서로 눈치보며 감정싸움 치달아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대형마트들의 판촉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가격경쟁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139480)는 호주산 찜갈비를 100g당 950원에 판매하는 소비자 행사를 마련해 전단을 배포했다. 하지만 전단을 배포한지 며칠만에 찜갈비 가격을 850원으로 100원 낮췄다.

이마트 측은 “내부적인 판단에 따라 이같이 가격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사인 롯데마트를 의식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롯데마트가 창사 33주년을 맞아 호주산 찜갈비를 100g당 890원에 판매하기로 하자 뒤늦게 이를 안 이마트가 부랴부랴 가격을 낮췄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롯데마트의 창립기념 할인행사는 이마트의 갈비가격에 묻힌 셈이 됐다.

삼겹살은 반대였다. 이마트가 개점 19주년을 맞아 100g당 850원에 판매하자 롯데마트가 당초 980원으로 진행키로한 삼겹살 가격을 긴급히 840원으로 수정했다. 그러자 이마트는 830원으로 가격을 바꿨고 롯데마트도 뒤따라 830원으로 판매가격을 변경했다. 경쟁사에 대한 일종의 ‘김빼기’ 전략이다.



배추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가 김장용 배추를 대량 확보해두고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1650원에 판매하기로 하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사전 예약판매로 맞불을 놓았다. 가격도 홈플러스보다 싼 1200원으로 책정했다. 홈플러스는 경쟁사보다 먼저 물량을 확보해 일찍 김장배추 마케팅에 나서려했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예약판매에 묻혔다.

이쯤되자 대형마트들은 “상대방이 도를 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먼저 시작한 게 누군데 이제와 우리를 탓하느냐”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과열 마케팅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이 출혈경쟁으로 입은 손해를 다른 상품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대형마트가 책정한 가격을 믿지 못하는 무형의 손실도 적지 않다.

마광식 소비자보호원 가격조사팀장은 “대형마트들이 일부 품목을 할인해놓고 다른 품목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조사를 통해 감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