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50일)''노 홀리데이`..일도 많고 탈도 많아

by좌동욱 기자
2008.02.22 13:36:30

''발상의 대전환''..10년만에 정권탈환 실감
아마추어리즘 비판..''피로증후군'' 증세도
모럴 해저드 잇따라..새정부 이미지에 ''먹칠''

[이데일리 좌동욱기자]지난해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 출범에 부쳐, '창조적 인수위'와 '일하는 인수위'가 될 것을 당부했다.
 
지난 50일여일간 인수위 활동을 들여다보면, 10년만의 정권 교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하지만 과욕이 앞서다 보니 설익은 정책들이 남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벌써부터 '피로 증후군'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보인다.  
 
특히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라, 출범 전부터 새 정부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수위 활동 기간 가장 큰 성과는 참여정부에서는 생각할 수 조차 없었던 개혁안들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10년만의 정권 탈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
 
인수위는 이데올리기적 동질성(코드)를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은 인수위의 핵심작업인 정부조직개편안이나 전국민의 관심사인 교육개혁안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산업은행 민영화와 같은 민감한 규제 개혁안들도 참여정부에서는 금기시되던 정책들이다. 특히 법인세 5%포인트 인하 등 기업친화적 정책들이 잇따라, 기업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한 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과욕을 앞세우다 보니 일부 정책은 '아마추어리즘'에 그쳤다는 지적. 영어 몰익식 교육,  통신비 20% 인하안, 신용불량자 사면대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경우 국회의 법안 의결·심의 과정을 경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맹비난했던 새 정부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러니하다.
 

 
"공무원이 1시간 덜 자면 국민은 1시간 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이 당선자의 국가관과 생활 습관은 역대 최고의 '워커홀릭' 정부를 출범시켰다.
 
출범 당시 '노 홀리데이`(No Holiday)를 선언한 인수위는 출범 한달째인 26일에야 하루동안 '첫 휴가'를 가졌을 정도다. "인수위 활동은 90%이상 끝났다"(이동관 대변인)던 지난 구정 연휴에도 불과 사흘간 휴식을 취했다.
 
인수위에 파견된 한 부처 공무원은 "휴가를 받았다고 모든 인수위 사람들이 쉰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인수위 분과는 공식 휴일에도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50여일간 새로운 정책들을 쉴새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인수위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런 '일중독증'은 새 정부의 수장인 이 당선자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런 국가 리더십이 21세기 첨단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기업 CEO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열과 열정을 국가처럼 방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에서 적용할 경우 무리가 생긴다"며 "시간이 흐를 경우 대통령은 독선에 빠지기 쉽고, 참모진들은 불만이 쌓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뛸 때는 뛰고 생각할 때는 생각해야 한다"며 "노 홀리데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인수위 인사들의 경우 벌써부터 '피로증후군' 증세가 나타난다. "이대로는 못하겠다"며 '청와대행'에 대해 손사래를 짓는 공무원도 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출범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까먹은 일도 잇따라 발생했다. 
 
문광부 파견 공무원의 언론사 성향조사, 경제2분과 자문위원인 고종완 RE멤버스 대표의 고액 부동산 컨설팅, 그리고 최근 발생한 장어 집단 향응 파문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들 3개 사건은 인수위가 모두 자체조사에 나서, 인수위원측 잘못을 확인한 후 인수위원직과 자문위원직을 반납받은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