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 넘어 공정으로" 임태희가 하버드에서 제시한 경기교육의 가치

by황영민 기자
2025.03.03 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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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공평(equal)을 넘어 공정(fair)의 교육으로’. 대한민국 교육감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강단에 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제시한 경기미래교육의 방향성이다.

미국 현지시각 26일 오후 하버드대 도서관 강의실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한국(경기도)의 교육개혁: 학생 맞춤형 교육과 인공지능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은 현지시각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를 방문해 하버드대 특강과 학생 및 교수 간담회 등을 통해 경기교육,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에 돌아온 임 교육감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독립역사의 시작, 보스턴에서 하버드대 교수·학생들과 한국(경기도)의 교육변혁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교실 속 자존감’의 저자 조세핀 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님은 ‘경기교육의 용감한 도전에 감동적이고 감사하다’면서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3박 5일 간의 일정이었지만, 경기교육 변혁의 길을 더욱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에너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 현지시각 26일 오후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도서관 강의실에서 진행된 임태희 교육감의 특강에는 대학원생과 교수, 학교 관계자 등 15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특강 주제는 ‘한국(경기도)의 교육개혁: 학생 맞춤형 교육과 인공지능의 역할’, 최근 교육계에서도 가장 큰 화두인 인공지능(AI)이 주요 의제였다.

하지만 이날 강의는 임 교육감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됐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기회를 똑같이 부여하는 ‘공평(equal)의 교육’을 넘어, 학생의 관심도와 역량에 따라 개별 맞춤형 기회를 확대하는 ‘공정(fair)한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임 교육감이 자란 곳은 현재의 성남 분당으로 당시에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깡촌’이었다. 동네에서 나름 수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임 교육감은 고등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처럼 서울과 제주의 거리만큼 먼 도시와 시골의 교육 수준 격차 때문이다.

임태희 교육감은 “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고교 3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임 교육감이 얻은 깨달음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로 ‘학생들은 어떤 조건과 상황에 놓여있든지 공정한 교육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교육감 취임 후 경기교육의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다양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학교·경기공유학교·경기온라인학교로 이어지는 ‘경기교육 3섹터’이다.

1섹터를 맡고 있는 학교는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과 창의성과 협동심,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아이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비롯해 ‘디지털 시민교육’ 등을 통해 공교육 변혁을 이끌어 가고 있다.

미국 현지시각 26일 오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하버드대 특강에 참석한 학생과 교수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경기도교육청)

지역사회가 교육에 함께하는 2섹터 경기공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배움이 다 되는’ 점이다. 경기공유학교는 지역사회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음악, 미술, 스포츠, 외국어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로 방과 후나 주말에 운영되며, 앞으로는 공식 학점으로도 인정되어 정규수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3월부터 정식 수업이 시작되는 경기온라인학교의 중심 ‘경기이음온학교’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육이 제공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라는 공정(fair)한 교육의 가치가 경기교육 3섹터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이같은 경기교육 3섹터를 설명한 강연 내용의 마무리는 ‘대학입시 제도 개혁’으로 이어졌다. 임 교육감은 “초중고교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교육체제로 경기교육이 바뀌더라도 정답 맞히기식, 줄세우기식의 현행 대학입시 제도가 있는 한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라며 “경기도교육청은 과도한 경쟁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부처·기관을 설득,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학입시 제도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중고교 시절에 쌓인 신뢰할 만한 데이터로 ‘학생들의 성취와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와 ‘공정한 대입 평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대입제도 개혁은 학생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유·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경기도교육청이 책임감 있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을 들은 수강생들은 한국의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현직 교사로 교장이 되기 위해 하버드대 교육리더십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제이크 벨레코씨는 “AI를 교육 관점에서 보는 시야가 인상적이었다”면서 “AI가 교육의 평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공유학교에 대해서도 호평을 내리며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교육적인 기회가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좀 더 이해하려면 한국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1년 차인 크리스티씨는 “사교육을 대신해 경기공유학교에서 어떻게 교육 평등을 학생들한테 실천할 수 있는지 흥미로웠다”며 “하이러닝은 교육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하게 쓰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버드가 위치한 보스턴에서 24km 떨어진 웰즐리 칼리지에서도 임태희 교육감의 특강을 수강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이 있다. 웰즐리 칼리지에 재학 중인 조윤서씨는 “생물학 및 평화와 정의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데 형평성에 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때마침 하버드에서 임 교육감의 강연 내용이 공유학교 등으로 교육 형평성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청강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경기교육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유학교 혹은 온라인 학교의 사례를 들으면서 교육형평성을 만들어가는 본보기가 되는 그런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형평성에 관해서는 경기도가 현재 교육 정책을 대하는 기술적인 면이나 AI 쪽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임 교육감은 일정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오후 하버드대학교 엘리엇 리먼 룸에서 하버드대 교수 2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경기교육 시스템 추진 과정과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쏟아지는 질문에 경기교육의 사례를 들며 자세히 답한 임 교육감에게 하버드대 교수들은 놀라움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미국 현지시각 27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경기도교육청)

특히 ‘교실 속 자존감’의 저자 조세핀 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초등 2학년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뒤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데에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임태희 교육감과의 간담회에 참여한 소감은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감동적(Touched)이고 감사하다(Thankful)’”고 말했다.

킴 교수는 이어 “오늘 나눈 이야기는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접근이었다”라며 “세상이 급격히 성장하고 글로벌화되는 시점에 변화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잘 알기에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를 마치며 임 교육감은 “새로운 경기교육 시스템 구축과 대한민국 대학입시 개혁은 오직 ‘학생’을 중심에 뒀기 때문”이라면서 “하버드대 교수님들의 관심과 조언, 질문을 통한 문제 인식에 감사하며 오늘의 경험이 경기교육의 발전에 큰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