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랫동안 진행되는 척추관협착증

by이순용 기자
2016.03.08 09:17:59

동맥경화 같은 혈관성 질환, 디스크 등과 구분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나이가 들면 누구나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릴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 속의 신경다발이 지나는 삼각형 모양의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것을 말한다. 척추뼈마디가 굵어지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면 신경이 압박을 받아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원인이기 때문에 60세 이상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연골 무형성증과 같이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게 태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보통 30대 초반의 어린나이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리가 저리고 시리면 척추관협착증 의심

척추관협착증의 주된 증상은 허리통증과 허리에서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다. 허벅지 또는 종아리쪽 다리가 당기고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발바닥이 화끈거리거나 불이 나는 느낌, 남의 다리 같은 감각이상 등이 나타난다. 또한, 증상이 심해지면 잘 걷지 못하는데, 외래에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5분만 걷다보면 다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어가고 쉬어가야 한다고 호소할 만큼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디스크는 갑작스럽게, 척추관협착증은 서서히

척추관협착증은 곧잘 디스크와 비교된다. 디스크는 ‘추간판탈출증’을 말하는데, 척추를 구성하는 물렁뼈가 원래 위치에서 뒤로 튀어나와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두 질병 모두 신경을 건드린다는 점은 같지만, 디스크는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고 초기에 안정 및 물리치료를 잘해주면 증상이 어느정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매우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서 인대가 두꺼워지고, 관절이 두꺼워지기 때문에 물리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혈관성 질환으로 인한 다리 저림과 구분해야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성 질환도 다리저림과 걷기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과 원인이 다르므로 구분해서 진단, 치료해야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구부리면 증상이 나아진다. 허리를 구부리면 신경관의 공간이 15%정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성 질환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자세를 변화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쉴 때 증상이 나아진다. 하지만 환자가 고령인 경우에는 두 질병이 겹쳐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시영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x-ray나 MRI와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검사에서 척추관협착이 나타나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영상검사와 임상증상이 일치해야 척추관협착으로 진단을 하며, 치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자가진단이나 임의 치료보다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 운동치료 후 수술 고려, 스테로이드제 투여 주의해야

척추관협착증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급하게 수술을 하기 보다는 환자 증상정도에 따라 보통 최고 3개월에서 6개월간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같은 보존치료를 먼저 실시한다. 이런 기본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에는 부분 마취제나 스테로이드 제재를 신경관 안에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경관 안에 스테로이드 제재를 주입하고 나서 뇌졸중이나 척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어, 단 한번의 스테로이드 제재를 주사하는 것도 매우 주의해야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스테로이드 약물 중 하나는 금지되었고, 다른 약제들도 위험성이 매우 높아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수술 피하기만하면 마비, 대소변 장애 초래

이러한 약물치료, 물리치료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좁아진 신경관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오히려 증상은 나빠지는데 수술을 피한다고 보존적인 치료만 고집하면 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회복능력도 떨어진다.

수술은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주어 눌려있는 신경이 다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감압술’을 실시한다. 이때 척추 관절을 함께 제거해야해 척추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때문에 척추마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고 뼈를 이식해서 한 개처럼 만들어주는 ‘척추유합술’을 함께 실시한다. 보통 수술 후 1일이면 침대에 등을 대로 앉을 수 있고, 2일이면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보행연습을 할 수 있다.

◇윗몸일으키기 X, 자전거타기 OK

척추관협착증은 좌식생활을 하는 문화에서 훨씬 많이 나타난다.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부려 앉는 자세를 피하고, 윗몸일으키기 같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는 운동은 금물이다. 간단한 조깅이 좋은 운동이지만, 다리 저림이나 허리통증으로 이미 잘 걷지 못하게 되었다면 자전거 타기를 권한다. 허리를 어느정도 구부리고 있기 때문에 증상도 호전되고, 근력운동도 충분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한 운동과, 금연 등으로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를 늦추는 것 역시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