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늑장대응 백태

by양미영 기자
2010.02.08 11:21:58

美 언론들 과거 전력 공개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모든 기업들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가능한 쉬쉬하며 조용히 처리한다. 불필요한 세간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물론 필요이상의 관심은 오해를 부르고 본질 이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가 기업들의 나쁜 속성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자동차업계 역시 마찬가지고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도요타도 그랬다.

결국 지난 주말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공식석상에서 사죄에 나섰지만 너무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최근 프리우스 케이스를 포함, 자동차 결함에 대한 공표를 가능한 미루고 미온적으로 대응한 전력들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리콜은 미국에서 먼저 결정된 후 유럽으로 이어졌지만 실제 관련 문제는 유럽에서 먼저 불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가속페달 결함을 발견해 조치를 취했고, 이후 미국에서 반년 가까이나 침묵했다.

도요타의 가속페달 결함은 미국에 앞서 지난 2008년12월 유럽에서 먼저 제기됐고 지난 해 8월에 변경된 설계안이 적용됐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1월 미국의 리콜 조치가 결정된 후에야 유럽에서도 동일한 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도요타의 반론도 있다. 사사키 신이치 도요타 최고품질책임자는 지난 해 1~2월 유럽에서 가속페달 결함이 발견돼 8월 중 개선책을 적용했다며 미국의 경우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불만이 제기돼지 않았고, 9~10월에야 동일한 문제가 불거지며 관련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미국에서의 불만 접수빈도가 워낙 낮아 리콜이 불필요하다고 봤다"며 "유럽에서 판매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에만 국한된 문제로 판단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를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다는 점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프리우스 역시 브레이크 시스템 결함을 알면서도 품질 문제로 치부하면서 자체적인 개선책을 적용했다가 결국 문제가 알려지자 리콜을 결정하기에 이른 케이스다.

문제 발견 시점 역시 말을 바꿨다. 지난 1월 의회 진술에서 도요타 임원은 2009년 봄에 미국과 아이슬란드 등에서 문제를 처음 알았다고 밝혔지만 추후 이보다 앞선 2008년12월에 알았음을 시인했다.

도요타가 고객에게 정확한 고지없이 설계를 변경한 사례는 또 있다. 1996년 초 도요타는 미국에서 `4러너` 모델명으로 팔린 `힐룩스 서프` 모델의 운전조작 메커니즘에서 결함을 발견하고 신 모델에는 이를 수정한 더 강한 버전을 적용했다. 그러나 설계 변경 이전 차량 리콜은 관련 사고 조사가 실시된 후에야 이뤄지며 무려 8년이 걸렸다. 당시 도요타는 일본 정부로부터 질타를 받았고 리콜 시스템을 전면 재조사할 것을 지시받기도 했다.

2002년에는 자동차 엔진이 오일 찌거기로 인해 막힐 수 있다는 수천건의 불만이 제기됐지만 오일을 자주 갈지 않은 고객 탓으로 돌렸다. 도요타는 보증 기간을 늘리면서 고객들이 소송조차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도요타의 낯 뜨거운 행태들은 도요타가 30년전 미국에서 처음 영업할 당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도요타는 초기 캠리 모델의 엔진이나 변속기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1989년 렉서스 출시 이후에는 고객 자택을 일일히 방문해 문제 차를 수거해가는 수고로움을 발휘하며 신속한 대응력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