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물든 금강호 위로 환상의 가창오리 군무

by조선일보 기자
2008.11.21 14:21:00

제5회 군산세계철새축제
23일까지 가족 탐조여행 초대

▲ 금강호에서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 떼.
[조선일보 제공]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면 무수한 검은 점들의 띠가 수면을 솟구쳐 긴 타원의 구름을 이룬다. 첫눈과 함께 가창오리들이 금강호를 찾았다. 시베리아 동쪽 레나강을 떠나 2500㎞를 날아왔다. 가창오리들은 몸무게가 3분의 1로 줄었다. 인근 나포 십자들녘을 오가는 활발히 먹이활동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원기를 되찾고 있다.

군산시 금강철새조망대는 20일 오후 이곳에 내려앉은 가창오리가 40만~45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 철새와 사람들이 어울리는 제5회 군산세계철새축제가 금강호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축제의 중심무대는 철새조망대 및 부속 전시관들이다. 조망대 11층에 오르면 철새들이 내려 앉은 금강호 넓은 수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망권이 멀리 군산 앞바다에서 금강 중하류 웅포까지 미친다. 망원경 9대와 대형 PDP화면이 설치돼 철새들의 활동 모습을 실내에서 관찰할 수 있다. 10층은 바닥이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족들이 창가에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조망대는 1~2층과 9층에 철새생태 디오라마와 동물표본실, 수족관 등을 두어 금강 일대의 조류와 어류, 곤충들의 생태를 한눈에 살피도록 했다. 3D입체영상관에선 철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자연다큐멘터리들을 상영한다. 금강호엔 국제 보호조인 가창오리와 함께 청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고니 개리 흰뺨검둥오리들도 날아든다. 같은 철새지만 크기와 부리 꼬리 날개 등 생김새와 습성이 모두 다르다.



조망대를 나서면 부화체험관과 철새신체탐험관, 금강조류공원, 생태습지 등이 기다린다. 알 모양의 부화체험관에선 10여 종의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 자라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철새신체탐험관은 가창오리 모습을 한 높이 15m의 구조물. 식도 허파 모래주머니 위 간 창자 등을 차례로 돌아본 뒤 항문 미끄럼틀로 빠져나온다.



철새조망대 주차장엔 돔 형태의 대형 천막으로 자연생태전시관이 차려졌다. 금강호 철새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세계 및 한국의 습지도 소개한다. 세계의 철새들과 나라별 상징 새 사진들도 전시된다. 천막을 돌아나오면 무대공연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새 모양의 비스킷을 만들면서, 철새 와이어 공예와 알 공예, 철새 탁본, 나무곤충 만들기, 보드 게임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연도 날리고 두부도 만들며 다양한 토속 먹거리도 나눈다.

군산시는 철새조망대에서 매 시간 금강제방 조류관찰소와 나포 탐조회랑을 잇는 투어에 초대한다. 나포 십자들에선 주민들이 '생물다양성관리계약' 맺고 겨울마다 곡식을 뿌려주며 철새들을 머물게 한다. 해설사들은 새가 장거리를 비행하며 방향을 잡는 비결과 한쪽 다리로 서서 자는 이유, 먹이활동에서의 다양한 특성 등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조망대 한성우 학예연구사는 "새들에게 다가서려면 원색 옷을 삼가고 뛰지 말며 침묵해야 한다"며 "탐조는 인내의 시간으로 철새의 비상을 보기 위해 며칠씩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