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슈퍼카 주인 알고 보니 회사차
by이소현 기자
2020.04.28 09:00:00
올 1Q 국내에서 총 58대 판매…전년比 222.2%↑
람보르기니 2억대 우루스…7억대 아벤타도르 SVJ까지
10대 중 9대 ''법인용'' 차량…롤스로이스·벤틀리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는 지난 1분기(1~3월) 국내에서 총 46대 팔렸다. 우루스는 람보르기니의 첫 SUV로, 국내 판매가격이 2억5517만원에 달한다.
올해 팔린 우루스 가운데 개인등록 차량은 단 2대뿐이다. 나머지 44대는 회사 업무용으로 법인등록 차량으로 판매됐다. 배기량 3996cc인 고성능 슈퍼카의 주인을 보니 96.5%가 회사차인 것.
‘억’ 소리 나는 슈퍼카가 단순 업무용 차량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역성장세 속에서도 최고급 수입차를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해 절세 효과까지 누리는 ‘무늬만 회사차’는 여전히 고속질주하는 모양새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올해 1분기(1~3월) 국내 시장에서 5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18대) 대비 222.2% 성장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판매량의 3분의 1가량을 이미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 2015년 람보르기니 연간 판매량은 4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20대, 2017년 24대로 5~6배 늘었다. 2018년 11대로 주춤했지만, 작년 173대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주춤한 모양새지만, 람보르기니만은 예외 행보다. 이 같은 판매 속도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넘어서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분기 모델별 세부 판매현황을 보면 람보르기니 모델 슈퍼 SUV 우루스는 총 46대로 전체 판매량의 79.3%를 차지했다. 이밖에 우라칸 에보(4대),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3대), 우라칸 퍼포먼스 스파이더(2대), 아벤타도르 S 로드스터(2대), 아벤타도르 S 쿠페(1대) 등이 총 12대가 판매됐다.
람보르기니를 산 연령대를 보면 개인등록 차량으로 구매한 2명 중 30대와 50대가 각각 1명씩이었고, 성별은 모두 남성이었다. 지역별로는 인천(46대)이 가장 많았고, 서울 4대, 부산과 대전, 대구, 경기가 각각 1대씩이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은 모두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이로써 지난 1분기 람보르기니의 판매량 96.5%가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국내에 팔린 람보르기니 10대 중 9대를 업무용 차량으로 회사가 산 것.
람보르기니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우루스 등 람보르기니 총 8종 모델의 평균가격은 5억원대다. 가장 비싼 모델은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로 7억5847만원인데 모두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했다.
수억대 슈퍼카 브랜드 중 람보르기니뿐만 아니라 지난 1분기 36대를 판매한 롤스로이스 93.7%, 46대를 판매한 벤틀리 86.9%가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지난 1분기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5만4669대) 중에서 38.1%(2만861대)가 법인용 차량인 것과 비교해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업무용 차량 구매 비중은 월등히 높다.
업계는 수억원대의 슈퍼카가 업무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무늬만 회사차’를 규제하기 위해 2016년 1년에 최대 1000만원(구입비는 800만원)만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수억원대 슈퍼카를 법인용 차량으로 구매하는 일은 잦다. 또 법인용 차량은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이 있지만, 운행일지를 수기로 작성하는 만큼 허위로 기록할 수 있어 진위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아 무용지물인 셈이다.
아울러 상식적으로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고가의 수입차가 법인 판매 비율이 유독 높은 데는 허술한 법망과 함께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영업방식이 더해져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딜러들은 고가 차량을 법인용으로 구매하는 요령을 알려주며 영업에 나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