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 달라졌다'..곡물값 폭등 선제 저지 나서

by김기훈 기자
2012.08.13 11:27:39

유엔과 긴급포럼 준비..9월말 또는 10월초
오바마, 옥수수 재배지 방문..대선 이슈 부상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식량 대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주요 20개국(G20)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4년 전 금융위기와 겹쳐 닥쳐온 식량 대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모습과는 판이해졌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옥수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난 2007~2008년에 발생한 식량 파동이 재현될 기미가 나타나자 G20과 유엔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포럼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지인 미국에 반세기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전 세계 곡물 수급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G20 관계자들은 이달 내로 화상회의를 갖고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포럼을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국제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책 결정권을 가진 관계자들이 긴급 회동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든 신속대응포럼(RRF)의 첫 모임이다. G20은 앞선 식량 위기를 계기로 지난해 프랑스 주도하에 농업시장정보시스템(AMIS)를 구축하기도 했다.

G20 관계자들은 다만 이번 포럼 개최가 곡물값 폭등에 따른 혼란의 신호는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007~2008년 식량 위기 당시 가격 상승을 부추겼던 각국의 수출 제한과 사재기 등을 막기 위해 모이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식량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G20의 행보는 과거와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하다. 앞선 식량 위기 때 G20은 그야말로 손놓고 보고만 있는 형국이었다.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대형 금융그룹들이 우후죽순처럼 쓰러지고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을 막기에도 역부족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각국 정부들에 쓴 교훈이 됐다. 식량난 방지를 위한 G20의 적극적인 노력은 글로벌 주요 이슈를 다루는 G20의 위상 강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FT는 유엔의 경우 이번 포럼을 바이오연료 의무 생산과 관련한 논의의 장으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엔이 미국과 유럽, 기타 국가들이 채택한 에탄올 의무 생산 프로그램의 시행을 보류하라고 종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곡물값 상승은 미 대선에도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흘간의 일정으로 옥수수 주요 재배지를 방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옥수수 산지인 아이오와에 도착해 옥수수가 식량과 연료 중 어느 것으로 더 가치 있는지를 관계자들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