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기 여전히 어렵네"

by박성호 기자
2008.12.29 13:44:14

은행 BIS 기준 충족 위해 신규대출 자제
보수적 대출 기준..CD금리 반영 주저, 창구직원 재량 축소
주택가격하락..대출한도도 줄여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사례1.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정모(33)씨. 정씨는 최근 일산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된데다 기준금리마저 내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 가능금액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턱없이 적어 발길을 돌렸다. 

사례2. 강남구 일원동 수서아파트 59㎡에 살고 있는 김모(35)씨는 강남 집값이 대부분 떨어지자 서초구 한신10차 83㎡로 갈아타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그동안은 금리가 높아 꿈도 꿀수 없었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대폭 낮아지면서 대출을 받아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은행은 예전과 비슷한 6%대 금리를 제시했다. 결국 김씨는 금리상황이 개선되면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지만 개인이 주택담보대출 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들이 연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이 대출한도마저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아진 CD금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들어 은행들은 BIS 자기자본 비율을 12%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9.77%, 한국씨티은행은 9.40%였다. 신한은행의 BIS 비율이 11.90%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고 SC제일은행(11.23%), 하나은행(10.66%), 우리은행(10.61%), 외환은행(10.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 1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은 본점 승인을 받도록 했고 하나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이 전체 신용등급 1∼10등급 중 7등급 이하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국민은행 역시 아파트 중도금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게다가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도록 압박하고 나서자 은행이 개인대출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총액을 조정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대출자들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입고 있다.
 


91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가 대출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파격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후 CD금리는 5.44%에서 3.95%로 1.49%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실제 은행대출을 받을 경우 적용되는 금리 하락폭이 CD금리 하락폭보다 적다는 게 은행대출 담당자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 직원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대출 담당 직원들의 재량도 줄어들고 있다"며 "하락한 CD금리를 가능한한 늦게 반영하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출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은행마다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형성하는 것도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다. 가산금리는 대출자의 신용도와 은행의 자본조달 금리 등 비용을 고려해 적용되는데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7월께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가 최대 2.17%포인트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더 높아져 2.4%포인트까지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대출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한도를 낮추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국민은행 시세를 보고 대출액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가격하락세가 가속화되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대출희망자 예상보다 한도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며 "은행은 대출한도액의 기준을 실제 거래된 매매가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은행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확보 위해 신규대출 자제
-CD금리의 적극적 반영 미루는 등 대출 기준 보수적 적용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담보가치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