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reform)獨공무원..깨진 철밥통 신화
by하수정 기자
2008.01.17 11:17:59
[기획특집]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3부> 유럽은 연금 전쟁 중
공무원연금 두차례 개혁..공무원 수 2.6% 감원
"개혁에 좌파우파가 어디 있나"
"슈뢰더-메르켈 일관성있는 개혁이 비결"
[베를린=이데일리 하수정기자]"한번 공무원은 영원한 공무원이다."
우리나라에 `영원한 해병대`가 있다면 독일에는 `영원한 공무원`이라는 말이 있다.
독일의 연금제도 최고 권위자인 윈프레드 슈마헬(Winfried Schmaehl) 브레멘대학 교수는 "독일의 공무원은 언제든지 어디있든지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독일의 공무원은 퇴직을 하더라도 필요한 경우 다시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근무 중인 것과 마찬가지 상태라는 것.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이 이렇다보니, 공무원연금은 연금 보험이라기 보다 전액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부양제도 형태다.
그러나 독일 역시 고령화에 따른 연금 수급자 급증과 재정 압박으로 인해 `영원한 공무원`마저 개혁 대상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의 전문 직업 공무원 개념은 오래 전부터 형성돼 왔다. 18세기 군주의 신하들이 국가 공무원으로 승격되면서 `국가 종사자`로써 역할을 해왔고 근래 들어 법에서도 공무원의 역할에 상응해 퇴직시 적절한 생계보장을 해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 종사자로 항상 근무 중인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국가는 사용자로써 공무원과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것이다.
독일의 공무원연금이 유럽 어느 나라보다 보장성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연금에 필요한 모든 재원은 국가에서 전액 부담한다. 공무원들은 연금 보험료를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 연금이라기보다는 보수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독일은 공무원 총 인건비의 47.1%를 연금에 퍼붓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의 연금지출 부담률이 11%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공무원의 연금 지출은 지난 2000년 220억 유로에서 2040년에는 4배가 증가해 9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도 연금 지출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공무원연금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98년 개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가입기간을 종전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조기연금신청연령도 62세에서 63세로 늦췄다. 또 2003년에는 연금 급여율을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5%에서 2010년까지 71.75%로 단계 하향키로 했다.
2011년에는 일반 법정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작업을 시도하는 한편 공무원의 보수와 연금 인상율의 0.2%를 떼어 적립하는 지불준비금제도를 재개할 방침이다.
슈마헬 교수는 "공무원은 두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는 집단"이라며 "국민연금의 경우 최초 수급시기를 67세로 늘렸지만, 공무원연금의 정년은 아직 65세이며 그 전에라도 퇴직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은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언제든지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는 차이가 있고 급여 인상률도 민간보다 낮다"며 "연금 특혜를 한꺼번에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과도기적 형태를 거쳐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독일은 공무원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2010년까지 신규 공무원을 일정비율 채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총 공무원 수의 2.6%(약 8000명)를 감원해 나갈 방침이다.
이렇게 전통적인 특권층으로 여겨졌던 공무원을 개혁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깊은 경기 침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2년 0.2%에서 2003년에는 급기야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자 2003년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아젠다 2010` 개혁안을 내놓았다. 고용과 해고를 손쉽게 하고 기업의 세금부담을 대폭 줄였다. 연금을 깎고 공무원 수도 확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좌파인 슈뢰더가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놓은 개혁안은 우파정권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바로 이어받았다. 좌파 우파 가리지 않고 일관성있게 개혁을 추진한 결과 독일은 환골탈퇴에 성공했다.
독일은 지난 2006년 2.7%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고 지난해에도 2.5%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 재정은 40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의 일관성있는 개혁 정책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바뀌는 우리나라 정부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