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이모가 건넨 물 먹고 자다 일어났는데 엄마·누나 숨져있어"
by김화빈 기자
2023.03.02 09:49:55
추석연휴 부산 모녀 살인사건 첫 공판
생존자 아들, 법정 진술서 이웃 유력 용의자로 지목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 빌라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이 법정에서 이웃 주민이 건네준 물을 먹고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현재 유력한 용의자인 이웃주민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는 지난달 2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0대·여)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공판에서 B(15)군은 “이웃집 이모가 건네준 ‘도라지물’을 마시고 15시간이나 잠들었고, 눈 떠보니 엄마와 누나가 모두 살해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B군에 따르면 이웃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B군의 집을 찾아왔다. B군은 A씨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다 어린 손녀딸까지 대동하고 있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행 당일 A씨는 B군에게 ‘몸에 좋은 주스’라며 연한 보라색을 띠는 도라지물을 마실 것을 권했다. 본인과 손녀딸은 이미 집에서 마시고 왔다고도 했다.
평소 오전 2~3시에 자던 B군은 이날 마신 물의 영향으로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잠에 들었고, 이튿날 낮 12시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15시간 수면 후 깬 B군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방 바깥으로 나왔는데 어머니와 누나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집에 설치됐던 애완견을 위한 폐쇄회로(CC)TV도 누군가에 의해 선이 뽑혀 있었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이 복용하던 정신의학과 약을 도라지물에 섞어 B군 가족에게 먹인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또 검찰은 A씨가 일정한 직업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귀금속 등 금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A씨는 병원비나 카드대금을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A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도라지물을 먹인 적도, 살해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9월 12일 부산 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 C(40대)씨와 고교생 딸 D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중학생 아들 B군은 어머니와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모녀와 생존한 아들 모두에게서 수면제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모녀 부검에서 부검의는 질식사가 고려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