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아파트 입주민, 경찰 소환 조사…구속 여부 검토
by김보겸 기자
2020.05.17 15:21:51
경찰, 17일 ''갑질 입주민'' 40대 남성 소환 조사
선글라스·마스크로 꽁꽁 싸맨 채 경찰 출석
이중주차 문제로 경비원 코뼈 부러지게 폭행 혐의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파트 경비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날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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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경찰서는 17일 상해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A(49)씨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쯤 경찰서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외제차를 타고 나타났다.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유가족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 ‘경비원에게 미안한 마음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A씨는 지난달 21일 이중주차를 한 자신의 승용차를 밀어 옮기던 고(故) 최희석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최씨를 밀치고 때린 후 어딘가로 끌고 가는 영상이 담겼다. 이후에도 A씨는 다시 경비실을 찾아가 최씨의 코뼈가 부러지도록 때리고 폭언을 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지난달 말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입건된 이후에도 최씨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강요하고 욕설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최씨는 자신을 돕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저 너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은 자신을 아파트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지난 11일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17일 오후 기준으로 38만5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지난 13일 서울북부지검에 A씨를 상해·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가해자가 본인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백주대낮 가해자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고령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폭력을 휘둘러 최희석씨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