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돋보기]현직 시도지사 '예비후보 등록', 여야 따라 엇갈려..왜?

by김기덕 기자
2018.05.13 17:04:29

선거법상 예비후보 미등록시 선거 관련 행위 금지
지지율 높은 민주당 현직 도지사, 등록 안하고 '느긋'
야권 6곳 중 1개 지역 빼고 모두 예비후보 등록
"현직 유지하며 사실상 선거운동" 꼼수 지적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충북의 정신은 처음과 끝이 똑같다는 겁니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이 시종이다, 일관된다는 것’인데, 아까부터 ‘시종일관’하신 분이 귓속말로 저에게 충북 공약을 중앙당에서 잘 마련해달라고 하셨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여러분, (말 안해도)누군지 아시겠죠?”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6·13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는 다소 알쏭달쏭한 발언을 내뱉었다. 그러나 현장에 참석한 민주당원들은 추 대표의 의중을 눈치채고, 충북 최초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지사 이시종의 이름을 연호하며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물론 선거법 위반을 언급한 탓에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고, 행사가 끝난 후 추 대표와 충북 단체장 후보들의 기념촬영에서도 이 지사는 빠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88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충북도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변재일 도당위원장(왼쪽), 이시종 도지사(오른쪽)와 손을 잡고 만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여야 후보 대진표가 확정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후보가 상당수다. 그 이유는 아직 예비 후보자등록을 하지 않고, 현직 시도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고 있는데다 사실상 시도정의 연장 업무라는 핑계로 직간접적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현직 시도지사가 포함된 지역은 모두 11곳이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5곳(서울·충북·세종·전북·강원), 자유한국당 5곳(경기·인천·대구·울산·부산), 무소속 1곳(제주)이다.

다만 여야별로 현직 도지사 중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한 비율은 판이하게 다르다. 13일 현재 기준 여당 후보인 민주당 소속 도지사 가운데 예비후보를 등록한 경우는 한 군데도 없다. 다만 오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에서는 인천(유정복 시장)을 제외하고 대구(권영진 예비후보), 경기(남경필 예비후보), 울산(김기현 예비후보), 부산(서병수 예비후보)에서 단체장들이 현직을 내려놓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유 시장이 오는 15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 한국당 소속 5명의 후보가 모두 본격적인 선거운동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미 지난달 24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자유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지난 11일 본인의 예비후보임을 나타내는 어깨띠를 두르고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에서 열린 지방선거 출정식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전날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이처럼 여야권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간 예비후보 등록 시점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각 정당과 후보자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굳이 선거전에 일찍이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게 주된 이유다. 실제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도지사들은 모두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대구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 여론조사상으로는 승기를 잡은 곳이 없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을 한 후보자는 본인의 학력·경력 등이 포함된 명함을 주거나, 예비 후보자임을 나타내는 어깨띠나 표지물을 착용하고 본인과 관련한 홍보물을 나눠줄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선거운동 개시일(6·13 지방선거의 경우 5월31일) 전까지는 특정 장소에서 일반 대중을 불러모아 정책을 소개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예비 후보 등록을 해도 선거운동을 일정 부분 제한한다는 점에서 정치 신인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고 이미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은 급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대다수인게 사실”며 “현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한다고 해도 사실상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정책발표 등 사실상 선거운동에 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