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태기업 ‘제일모직’ 60년만에 뒤안길로

by김보경 기자
2014.03.31 10:31:52

삼성SDI와 합병으로 소멸
에버랜드서 제일모직 ‘상호’ 사용 검토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설립 60년만에 역사 속 뒤안길로 퇴장한다. 다만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서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로 제일모직은 소멸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54년 9월 설립했으며, 60년이 흐른 지금까지 설립 당시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구미, 의왕, 오창, 여수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으며 케미칼, 전자재료, 멤브레인을 제조·판매해왔다.

1960년대까지 원사와 모직물 생산에 전념해 온 제일모직은 1970년대부터 화섬산업과 의류업에 진출했다.1975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으며,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에 진출해 ‘빈폴’과 ‘갤럭시’ 등의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1990년대는 케미칼 사업에 진출했다. 화학소재 분야 매출이 늘어나자 2000년 섬유업종에서 화학업종으로 업종분류를 변경했다.

2000년대 제일모직은 화학부분을 주력사업으로, 전자재료 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왔다. 2011년에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을 합병하고, 지난해 9월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업체 노발레드(Novaled)를 인수했다.



이어서 지난해 12월에는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소재사업에 집중할 목적으로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전자·화학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상호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일모직에 패션부분 양도 계약때 빈폴 등 상표 브랜드 뿐 아니라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도 제일모직이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내용에 포함시켰다.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흡수 합병됨으로써 더이상 제일모직이란 상호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만큼 삼성에버랜드가 언제든지 제일모직을 상호로 쓸 수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에서 가장 오래된 상호인 제일모직을 사용한다는 상징성도 제일모직 상호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도 “에버랜드는 고유한 테마파크 브랜드로 존속시키되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라면서 “제일모직을 사명으로 쓰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