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車 CEO "환율 때문에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 한목소리

by이진철 기자
2013.03.06 11:14:0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환율 좌지우지 어려워"
유럽시장 침체 당분간 지속.. 불황 돌파구 모색

[제네바(스위스)=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전시장에서 개막한 ‘2013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국내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환율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경제수준이 올라가고 수출도 늘어나면서 달러·원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일본의 엔고대응전략을 보면 배울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1.7%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원화강세 등 환율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공장의 수출비중이 높은 기아차(000270)는 환율 변동성에 더욱 취약하다. 기아차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3.6%로 전년(7.5%)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원화강세가 1.7%포인트 영향을 끼쳤다.

이유일 쌍용차(003620) 사장도 이날 제네바모터쇼 현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실적은 환율이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수출에서 달러·원 환율이 10원 움직이면 이익은 120억원이 왔다갔다 한다”면서 “올해 사업계획으로 달러·원 환율을 1080원으로 잡았고, 이 이상이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때문에 연초 해외 수출가격을 올렸는데 이 때문에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반대로 일본 경쟁사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약세 정책을 펴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CEO들은 수출 주요 시장인 유럽시장의 전망도 당분간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강화와 지역별 차별화 판매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유럽의 현재 상황이 3~4년은 가지 않겠느냐”며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살아날 기회가 안보여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어 “유럽은 세계적인 메이커들이 몰려 있어 경쟁이 버겁다”고 말했다.

그는 “연비와 성능을 인정받으면 판매와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연비와 품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일 사장은 유럽시장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크게 위축되면서 판매가 많이 줄었고, 이는 남유럽 국가들이 특히 심각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기본적으로 독일 중심으로 중부유럽과 베네룩스 3국, 스위스, 스웨덴 등에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럽이 내후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신차 출시 전까지는 시장 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