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격 부풀린 이통·제조사에 453억 과징금

by문정현 기자
2012.03.15 12:00:00

SKT 202.5억원·삼성전자 142.8억원 부과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를 일삼아 온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보조금을 감안해 휴대폰 가격을 높게 정한 후 마치 할인해준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해 왔다며 총 453억 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공급가와 출고가의 차이 내역과 판매장려금 내역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고객유인 행위로 SK텔레콤에 202억 5000만원, 삼성전자에 142억 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와 LG U+는 각각 51억 4000만원, 29억 8000만원을, LG전자와 팬택은 각각 21억 8000만원, 5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외국산 휴대폰의 진출로 국내 휴대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통사와 제조사는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폐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휴대폰 가격을 아예 높게 정한 후, 그 중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면서 마치 깎아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의 경우 공급가는 63만 9000원, 출고가는 94만 9000원으로 차이가 31만원인데 비해 소비자가 실제 받는 보조금은 평균 7만 8000원이었다. 만약 SK텔레콤이 물류비용만 포함해 출고가를 약 68만원으로 정했다면 소비자는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아도 19만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통신사와 제조사는 공급가에 비해 평균 22만 5000원~23만 4000원 높게 휴대폰 가격을 정해왔다. 일부 제조사는 해외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국내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시 할인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2차 피해도 문제다. 또 가격이 비싸면 할부구매시 앞으로 내야하는 잔금이 많이 남기 때문에 통신사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소위 `노예계약`에 묶이게 된다.

공정위는 "현행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휴대폰 가격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가격 투명성도 부족하다"며 "이 같은 보조금 제도가 휴대폰 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할인제도라 보는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한 착시 마케팅이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장려금 지급 행위를 금지하고 공급가와 출고가 차이가 10만원을 초과하는 휴대폰의 경우 통신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제조사의 장려금이 10만원을 넘을때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자신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휴대폰 직접 유통을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4억 400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 서비스용으로 생산한 휴대폰 가운데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유통망에 직접 공급하는 휴대폰 비율을 20%내로 제한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