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01.12.03 13:15:34
[edaily] "당신 회사의 구내 식당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맛 없고 영양가 없는 식사를 하고 계십니까?" 단체급식 전문업체 신세계푸드시스템이 고객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신세계푸드시스템의 하장근 사장은 "그동안 단체 급식의 이미지는 주로 한 끼를 떼운다는 식이었죠. 음식이 무엇이냐 보다는 먹을 것을 내놓는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두었습니다"라며 말을 시작한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철학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인간의 본질과 상통하는 것 아닌가? 오죽하면 "밥은 법이다"란 말도 있을까?
"아무거나""되는대로""그냥 있는것" 하 사장은 우리의 음식문화는 개성이나 창조성 보다는 획일성이 강조돼왔다고 꼬집는다.
이같은 급식문화에서 신세계푸드시스템은 "맛과 영양을 겸비한" 음식으로 단체급식시장 진출을 선언했다.여기에다 서비스까지 첨가해 단체 급식의 "전문화"를 외쳤다.물론 식자재의 유통과정을 단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단체급식시장에서 신세계푸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위생"이다.위생은 단체급식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기 때문이다.
"위생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갖춰지는 것입니다. 조리장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조리복을 입고 모자를 쓰며 손 소독 기계를 통해 손을 씻도록 하는 등 사전관리부터 철저히 감독해야 하죠" 하 사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게 "위생"이라고 말한다. "신문 사회면에 식중독 기사만 봐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신세계푸드는 97년 ISO9002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까다롭다는 'HACCP 인증'도 따냈다.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인 HACCP는 3개월간 시범 사업장에서 꾸준한 개선작업과 교육, 시설보강 등을 통해 얻어낸 성과다.
그렇지만 위생은 그저 기본일 뿐이다.못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잘한다고 해서 튀지도 않는다.경쟁자보다 앞선 경쟁력이 되기는 힘들다.그렇다면 전문 급식업체의 플러스 알파는 무엇일까? 바로 "맛과 서비스"여야 한다는 게 하 사장의 지론이다.
"보통 직영 구내식당 음식은 맛도 없고 또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무표정해 음식 더 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급식도 엄연한 서비스 산업입니다"
그래서 신세계푸드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 이벤트를 개최한다. 매년 두차례에 걸쳐 사내 조리경연대회를 개최, 우승한 조리사에게는 포상을 하고 출품된 음식은 메뉴로 개발돼 고객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또 일본 급식전문업체인 MEFOS와 업무제휴를 맺고 메뉴개발과 구매, 식단운영 노하우 등을 공동개발 뿐만 아니라 직원 교환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에게 직원들의 친절도나 음식 맛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고객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
위생과 맛, 서비스의 3박자를 갖춘 전문 급식업체라고 해서 모두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 발전 정도에 따라 크게 영향받았다"고 하 사장은 귀뜸한다.
"IMF 이후에 아웃소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더군요. 투자나 관리면에서 아웃소싱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단체 급식분야가 관리나 경영측면에서 무척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외부로부터 급식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단체 급식시장이 커져가면서 신세계푸드의 고객도 하나둘씩 늘어갔다. 현재 신세계푸드는 주로 기업체나 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 병원 급식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만 해도 지난해 1개에 불과했던 병원 급식 사업장이 올해들어 8개로 늘어났죠. 또 중소기업들은 사업체 규모가 작아서 단체급식을 도입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벤처빌딩이나 아파트형 공장 등이 생기면서 작은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하죠" 작은 틈새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하 사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급식 시장만이 신세계푸드의 영역이 아니다. 외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사업 등 연관 사업에서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할인점인 이마트 내에 패밀리 레스토랑인 이투게더를 운영하고 있다. 이투게더는 가족들이 이마트에 쇼핑 와서 식사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18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에 추가로 2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투게더는 자주 가기는 어렵더군요.자주 가면 사장이 감시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또 다른 외식 브랜드인 까르네스테이션은 즐겨 찾는 편입니다. 뷔페식이라 정해진 비용 안에서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30대를 대상으로 회식이나 모임 등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차별성을 갖고 있죠"
하 사장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은 정확한 타겟 고객층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누가 우리 고객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을 파악해야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까르네스테이션은 IMF를 맞으면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정확한 타겟 마케팅 덕에 올들어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푸드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여 10월까지 이미 작년 매출액을 넘어선 105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도시락 사업에도 진출했다. 일본 이또추 상사 및 패밀리마트와 연내에 합작법인 패밀리푸드를 설립하고 도시락 생산 공장을 건립키로 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이또추 상사의 노하우를 빌어 도시락 사업에서도 한번 '전문성'을 발휘해 볼 생각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하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유통사업도 전개, 신세계푸드를 종합 식품업체로 키울 계획이다. "급식을 위해 산지에서 자재를 직구매하게 됩니다. 급식사업장에 10만명분의 쌀을 공급해야 한다면 한꺼번에 20만명분의 쌀을 구입해서 나머지 10만명분의 쌀은 유통마진을 받고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시작된 유통사업의 꿈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원재료를 가공하고 여기에 자체 브랜드를 달아 유통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으로까지 연결됐다. 신세계푸드는 이를 위해 서울 근교에서 유통센터 및 식품가공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부지를 탐색 중이다.
이처럼 하 사장이 유통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오랫동안 유통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75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일한 시간만 20여년이다. 신세계 백화점 내 특판사업부가 분리돼 신세계푸드시스템으로 설립되면서 당시 법인 사업부장이었던 하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유통은 현장에 무게를 둬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현장에 나간다는 하 사장은 유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식품사업을 전개하는 '전문업체'로 신세계푸드의 비전을 조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