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에 상처받은 듯한 윤석열, 평소와 달리 약주도 안 해"

by박지혜 기자
2025.04.10 08:23:1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9일 만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부한 말을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이 지사는 10일 오전 SNS에 “윤석열 대통령을 어제저녁 한남동 관저로 찾아 뵙고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최선을 다 하시겠다면서 저에게도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대통령 되면 사람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란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받은 것으로 짐작된다”며 “헌법재판소 판결도 막판에 뒤집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매우 상심하는 모습이었고 건강상의 이유로 평소와 달리 약주도 한 잔 안 하셔서 걱정된다”라고 했다.

차기 대선 출마를 결심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전 장관도 최근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9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8일) 고용부 장관직을 그만두며 저를 임명해준 윤 전 대통령께 전화드려 ‘내가 사퇴하게 됐다’고 말씀드렸다”며 “윤 전 대통령이 ‘잘 해보시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대통령께서도 너무 고생 많으셨다’는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자신의 대선 출마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윤 전 대통령 출당을 압박받는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 ‘손절’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비판적인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듯 “정쟁과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린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대법관을 4명 증원해 대법원에 헌법 재판부를 신설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겠다’는 발언에 대해 “윤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표현”이라며 “윤통(윤 전 대통령) 명예는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 필패”라고 단언했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말하며 “헌법 위반을 한 전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헌 당론에 보면 법률을 위반하면 제명 또는 탈당을 권유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더군다나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더 단호함이 있어야 된다”며 “보수의 가치는 법치주의와 헌법 수호”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 의원도 6일 SNS를 통해 “탄핵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하는 무책임한 중진 의원들이 있다”며 “이들이야말로 징계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고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에는 계엄이 벌어진 이후, 부정선거와 ‘계몽령’의 광기 속에서 칼춤을 추며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있다”며 “당을 망치는 사람들이 누구냐. ‘자유 우파’를 입에 달고 살면서 실제로는 이재명의 선거대책위원장 노릇을 하는 사람들 아니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