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세조종 의혹 ‘초단타’…증권사 전수조사 나선다

by최훈길 기자
2024.03.17 17:45:22

금감원, 이달부터 27개 증권사 조사 착수
개인 투자자측 조사 요청에 전방위 점검
年 8000조원 시장, 증권사 ‘노른자 수익’
증권사측 “불법 없어, 시장 위축 우려돼”

[이데일리 최훈길 김보겸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초단타매매 관련 증권사 전수조사에 나선다. 증권사들이 초단타매매로 시세조종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초단타매매 관련 연간 거래액이 8000조원에 이르고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손꼽혀 금융투자업계에선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직접전용주문선(Direct Market Access·DMA)을 통한 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High Frequency Trading·HFT)을 하는 총 27개 국내외 증권사에 대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 등 관련 증권사에 대한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거래량이 많은 곳부터 전반적인 조사를 신속히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단타 매매인 HFT를 타깃으로 증권사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했다. 직접전용주문선(Direct Market Access·DMA)을 통한 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High Frequency Trading·HFT)은 기관·외국인 투자자에만 빠른 거래를 허용하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있지만, 이 자체가 불법 거래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따른 시장 유동성 확대, 증권사 수익성 등 시장내 필요성이 있다는 금융당국 판단에서다. (사진=방인권 기자)
앞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공매도 토론회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속도 빠른 DMA 전용선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프로그램매매, 고빈도 단타 매매, 무차입 공매도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며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세에 관여할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HFT는 법규상 정의는 없으나, 통상적으로 고속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고속·고빈도로 이뤄지는 주식 거래를 뜻한다. DMA는 초단타 알고리즘매매를 하는 기관투자자가 한국거래소와 전산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 매매시스템이다. 한국거래소는 업무규정을 개정해 작년 1월25일부터 고속 알고리즘거래자 등록제를 시행하고 거래를 관리·감독 중이다.



금감원이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HFT를 사용하는 국내외 증권사는 총 27곳으로 거래액은 연 8000조원으로 수준이다. 이들의 거래액은 2022년에 7855조660억8000만원, 2023년 상반기에 3516조3107억8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에만 HFT를 통한 수익이 4793억3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김종민 의원은 “그동안 HFT로 고수익을 챙기는 기관이나 외국인의 불법을 방치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컸다”며 “이참에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 전반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증권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HFT는 수익성이 좋아 증권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래”라며 “의도적인 불법 공매도나 시장교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무리한 조사나 거래 금지 시 HFT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인 이탈,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 위축,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