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꿈' 접은 윤석금 회장…웅진코웨이 향방은(종합)

by강경래 기자
2019.06.27 09:15:31

웅진그룹 코웨이 지분 25.08% 매각 추진, 한국투자증권 자문사
지주사 웅진 회사채 신용등급 BBB- 하락 "자금조달 비용 증가" 원인
윤석금 웅진 회장, 올해 3월 코웨이 인수하며 6년 만에 렌털사업 되찾아
하지만 그룹 재무적리스크 줄이려 용단 "웅진씽크빅 중심 경영 펼칠 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제공=웅진그룹)
[이데일리 강경래·김호준 기자] “렌털(임대)사업 원조로서 웅진코웨이(021240) 매각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충격을 줄이고 웅진그룹 전체가 피해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27일 웅진코웨이 매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재매각에 나선다. 올해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다시 사들인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매각하게 될 지분은 총 25.08%다.

웅진그룹 측은 “웅진씽크빅이 지난 3월 웅진코웨이 인수계약을 종결했지만, 이후 태양광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변수가 생겼다”며 “아울러 지주사인 ㈜웅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하며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인수에 약 2조원을 투입했다. 이 중 1조 6000억원을 빚으로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조 1000억원을 대출하는 한편, 웅진씽크빅이 50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웅진그룹 자체적으로 투입한 금액은 4000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이 때문에 지주사인 ㈜웅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이후 웅진그룹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은 예상치 못한 재무 리스크로 그룹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부채를 정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6년 전 웅진코웨이 등 계열사들을 매각할 시기를 놓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험이 있다”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매각 추진으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결국 렌털사업에 대한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 회장은 1980년 당시 웅진씽크빅 모태인 헤임인터내셔널을 창업했다. 이후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하며 정수기 등 생활가전분야에 뛰어들었다. 특히 웅진코웨이는 외환위기(IMF) 당시 업계 최초로 생활가전 렌털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이후 웅진코웨이는 현재까지 국내 렌털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 7000억원(영업이익 5200억원)에 달했다.

웅진그룹은 2000년대 들어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 등 양대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잇달아 설립한 후 태양광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이에 따라 관련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웅진그룹은 웅진식품과 웅진폴리실리콘 등에 이어 ‘국내 렌털사업 원조’인 웅진코웨이마저 매각해야만 했다.

웅진그룹은 2014년 회생절차를 종결한 후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했다. 올해 3월에는 웅진코웨이 인수까지 마무리하면서 그룹이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 웅진에너지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이에 따른 ㈜웅진 회사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또 다시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했다. 결국 태양광사업이 웅진그룹 발목을 두 번이나 잡은 셈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1년 내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한 매각 자문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현재 웅진코웨이 인수자로 CJ와 SK, GS그룹 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국내 굴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시가총액 6조원에 달하는 웅진코웨이 인수에 선뜻 나서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과거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SK그룹은 그 사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하며 이미 생활가전 렌털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때문에 웅진코웨이가 또 다시 사모펀드 품에 안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관계자는 “우선 매수권을 보유한 웅진으로 인해 인수의지를 피력하지 못했던 기업들과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후 웅진씽크빅 등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변제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지주사 및 웅진씽크빅에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해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