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10개월만에 최저…김장철 앞둔 배춧값 37% '뚝'(상보)

by박종오 기자
2017.11.01 09:16:26

△지난달 부산의 한 대형마트 직원들이 상품 할인 판매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대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은 넉 달 만에 1%대로 내려갔다. 채솟값이 큰 폭으로 내리며 고공 행진하던 밥상물가가 주춤하고 전기료 등도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많이 하락한 영향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8% 올랐다. 하지만 오름폭은 9월보다 0.3%포인트 축소됐다. 올해 7월부터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다시 2%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1.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전기·수도·가스요금이 물가 상승 폭 둔화를 견인했다. 10월 전기·수도·가스료는 1.6%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 5월 요금 인상 영향이 이어지며 10.1% 올랐지만, 전기료가 11.6%나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리는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7~9월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했다가 10월부터 원상 복구했다. 이후 작년 12월에는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를 개편해 요금을 영구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가격 영구 인하 조처를 반영한 올해 10~11월 전기료가 요금 한시 인하 효과가 사라진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10월 농·축·수산물도 3% 오르는 데 그치며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9월(4.8%)보다 오름폭이 크게 꺾인 것이다.

특히 출하 물량 증가로 채솟값이 9.7%나 내렸다. 이는 전체 물가를 0.18%포인트 끌어내렸다. 과일도 가격 상승 폭이 둔화했다.

세부 품목별로 배추가 36.8% 내렸고, 무(-28.6%), 호박(-27.4%), 상추(-26.6%), 오이(20%), 토마토(-8.7%), 국산 쇠고기(-1.8%) 등도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오징어(63.9%), 귤(58.6%), 감자(43.6%), 고춧가루(26.7%), 달걀(18.5%), 쌀(8.5%), 돼지고기(3%) 등은 가격이 올랐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은 지난달 1.5% 오르며 9월(1.2%)보다 상승률이 약간 커졌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다. 집세·보험서비스료 등 서비스 물가도 2% 상승하며 9월(1.8%)보다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다.

밥상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생선·채소·과일 등 밥상에 오르는 50개 품목 가격을 집계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오르는 데 그쳤다. 상승률은 작년 8월(1.1%)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소였다. 특히 배춧값이 작년보다 30% 넘게 내려 이달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도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10월 생활물가지수도 2% 상승해 작년 12월(1.2%)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런 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를 반기기만은 어렵다.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방증이기도 해서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건 현 정부 경제 정책이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3% 오르며 9월보다 상승 폭이 0.3%포인트나 축소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4월(1.3%) 이후 최소였다. 이 지수는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급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품목을 조사에서 제외해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9월(1.4%)보다 약간 확대된 1.6% 상승률을 기록하며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기존 근원물가는 전기료를 포함하나, OECD 기준 근원물가는 지수 집계 때 전기료를 제외해 지난달 전기요금의 물가 하락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