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도 팔아넘긴 화이트칼라

by오현주 기자
2011.11.25 14:47:10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
카리 나스|308쪽|한빛비즈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20세기 초 루스티히 백작이라 불리던 남자가 있다. 그는 사기꾼이다.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활동 무대는 국경을 넘겼다. 1920년대 초 첫 사기극은 미국 플로리다에서였다. 조야한 위조지폐인쇄기를 팔아 3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챙겼다.

1925년 파리에선 정부기관을 사칭했다. 1889년 건립된 에펠탑이 유지·관리비용 때문에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착안했다. 이제라도 해체해 고철로 팔자는 비판적 논조에 그는 휘파람을 불며 동조했다. 이후 공문서를 간단히 위조한 그는 즉각 불러들인 여섯 명의 고철상 중 한 명에게 에펠탑을 팔아넘겼다.



핀란드 재무장관, 유럽은행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저자가 세계 10대 금융범죄를 분석했다. 특히 이들 범죄가 화이트칼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펠탑을 매각한 빅토르 루스티히를 비롯해 18세기 초 이미 주가를 조작한 존 블런트, 피라미드 사기를 창조하고 `폰지사기`란 말을 만들어낸 찰스 폰지, 헤지펀드 사기를 치고 150년형을 받은 버나드 메이도프 등.

화이트칼라 사기꾼들이 소시오패스였다는 것도 눈여겨 본 부분이다. 비폭력적 사이코패스라는 얘기다. 매력적인 외모와 지성, 높은 자긍심과 이기주의·자기중심성 등도 유별나게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