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물가 오름세 `기다린다고 잦아질까`

by최정희 기자
2011.02.07 11:36:37

`석유·농산물 수급안정` 우선 급하지만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흡수는 `또 다른 과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설 명절이 끝난 후 물가불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이상기온으로 인한 농수산물 공급 충격, 구제역발 축산물 가격상승 등 불안요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4.1%로 정부의 물가목표치(3±1%)를 넘어섰다. 더구나 1분기까지는 원자재 가격상승, 농축수산물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신흥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부족해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투기성 자금 유입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주요 식품의 도매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식품가격지수`는 1월에 전달보다 3.4% 상승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농산물 가격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농산물 가격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신흥시장국 인플레이션 현황과 정책대응`보고서에 따르면 농수산물의 급등은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상승과 통화량 증가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1월 전년동월 대비 2.6%로 15개월만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근원물가 상승세가 커지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다.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여파로 두바이유는 4일 배럴당 97.11달러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브렌트유는 한 때 100달러를 넘어섰다. 구리는 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장중 톤당 1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곡물과 원자재가격 상승이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가운데 국내 물가불안요인도 거세지고 있다. 구제역이 공기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물가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1월 돼지고기 값은 전달보다 15.1%나 급등했다.



정부는 석유와 농축수산물 수급이 안정되면 물가불안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이후에는 기후여건이 개선되면서 공급이 증가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불안은 석유와 농축수산물 수급이 언제 안정될 것인가의 문제"라며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급측면에서의 불안이 더 크다"고 밝혔다.

농산물 가격불안은 한파, 폭우 등 이상기후로 국제시장에 수출하는 브라질, 호주 등의 작황이 좋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기후여건이 개선되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가격도 이집트 등 중동사태가 마무리되면 수급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부재해 물가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5% 경제성장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물가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소홀하다는 항간의 지적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4일(미국시각)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은 식료품과 에너지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성장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이 여전히 확장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운용해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립스키 부총재는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긴 해도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성장세가 물가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