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포화에 `멈칫` KB 이사회…姜의 선택은

by김수연 기자
2009.12.30 11:39:48

31일 오후 `회장선임 주총연기` 논의, 격론 예고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내년에 진행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신호에도 불구, 강정원 행장을 단독 후보로 정했던 KB금융(105560)지주 이사회가 전방위 압박에 결국 걸음을 멈췄다. 최종 절차인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서다.

KB금융 이사회는 31일 오후 간담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들간에 현 상황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당장 내년 1월7일로 예정된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예정대로 열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여기서 결론이 나면 언제든지 정식 이사회로 바뀔 수도 있다.

갑작스런 간담회는 조담 이사회 의장이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담 의장은 강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주도했었다. 그러나 후보추천 이후 권력화한 KB금융 사외이사들에 대해 언론과 당국으로부터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등 역풍이 거셌다.



칼끝은 사외이사들 뿐 아니라 강정원 행장도 겨눴다. 금감원은 유례 없는 강도의 국민은행 `사전 검사`를 실시, 티나게 압박했다. 통상 사전검사에서는 기초자료 등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인데, 이번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조사는 실무자의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가는 등 그 강도가 본 검사 이상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역습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격론이 예상된다. 지난번 강정원 회장 후보 추천시 소수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총을 연기하면 후보추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자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이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정원 행장 본인의 판단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골화되고 있는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전임 황영기 회장도 경영판단에 책임을 묻는 당국의 유례없는 중징계로 쫓겨나듯 자리를 내놓은데 이어 후임자마저 전철을 밟는 모습에 금융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와중에 기업(국민은행 등 KB금융지주 계열사들) 경쟁력에 현저하게 상처를 입는 것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