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그후` 금호는 어디로…

by김수연 기자
2009.12.22 11:14:25

대우건설 매각 불발 가능성 점증
풋백옵션 행사시 `FI→채권단` 중심 이동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대우건설(047040) 매각이 잘 안풀린다는 얘기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그룹은 스스로 정한 시한인 17일을 넘기도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민유성 회장은 새로운 해법찾기를 의미하는 `플랜 B`를 이미 언급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 시한인 내년 1월15일까지 대우건설 매각에 진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또 설령 올해안에 단독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고 해도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게 금융권 정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소망스러운 상황으로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조속히 선정되고, 선정된 측의 인수 능력이 충분함이 명백히 입증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매각이 술술 풀리는 경우다.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채권은행들은 금호산업에 자금 1조여원을 추가 지원하고, 대우건설 인수자에게도 적정수준의 인수금융을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시사했다.
 
하지만 다수의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낙관론을 경계한다. 매각 진전 자체가 어렵거나 자베즈파트너스나 TR아메리카컨소시엄중 한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고 해도 `매각 성공`으로 직결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후보들의 인수능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쉽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을 극히 단순화하면 금호가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은 풋백옵션을 결국 이행하지 못할 경우 논리상 `디폴트`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계상 풋백옵션 역시 채무이므로 일종의 `채무불이행`이다. 물론 그 때까지 채무자인 금호나 채권자인 은행들이 손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실제 디폴트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시한인 1월15일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으면 FI들의 풋백옵션 행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펀드 형태의 FI인 KTB, 칸서스, 미래에셋 등의 풋백옵션 행사를 현실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금 지급일은 6월15일이지만 시간은 금호 편이 못된다. 일단 옵션이 행사되면 금호산업을 필두로 그룹 재무상태는 가속이 붙어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개월간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금호 계열사들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했고 은행권에서도 자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은 (예탁결제원 등록 CP기준) 월별로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1개월 CP(기업어음)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

금호그룹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은행권은 금호관련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경우 여신분류를 다시 하고,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이들이 마냥 참고 기다리기 어려운 이유다.
 
때문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법찾기에 돌입하게 된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언급한 `플랜 B` 단계. ▲금호산업 보유 대우건설 지분을 FI에게 넘기는 금호측 제안(FI의 대우건설 지분 현 39%+18.6%--> 57.6%)▲산은이 펀드를 만들어 대우건설을 사들이는 방안▲채권은행들이 FI의 풋백옵션과 금호측 대우건설 지분을 떠안아 은행공동관리하는 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거론중인 어떤 방안도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더구나 풋백옵션 불이행 가능성 때문에 위기에 몰렸던 전례가 없어 해법이 더욱 어렵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만약 `플랜B` 단계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금호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는 어떤 형태로든 기업재무개선 작업을 통한 회생 모색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