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경기도에선 맥을 못추네`

by유용무 기자
2009.06.02 10:55:47

애경·GS 등 중견업체 강세..지역 맹주 자처
롯데·현대·신세계, 점포 적고 매출도 기대 못미쳐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수도권의 한축인 경기도에서 매출 1등 백화점은 어디일까.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이 아니다. `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다.

중견 백화점들이 경기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빅3`로 통하는 롯데·현대·신세계(004170)를 대신해 AK플라자와 GS리테일 등이 `지역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지역에선 `백화점 순위=업계 빅3`란 구도도 깨진 지 오래다. 서울 등 전체 업계 판도와 비교할 때,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빅3`의 무소불위 바잉파워가 유독 경기지역에서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업계 안에선 `경기도가 업계 빅3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무풍지대`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같은 중견백화점의 약진은 출점한 점포가 경기도에 몰린 게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반대로 대형백화점들이 상대적으로 경기지역 출점을 소홀히 한 것도 한몫을 했다.



AK플라자는 경기지역 `맹주(盟主)`를 자처한다. 전체 업계 순위는 5위지만, 경기도에서만큼은 1등이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만 8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체 백화점 매출(1조200억원)의 84%를 차지하는 규모다. 

현재 경기 부동의 1등 점포인 분당점을 비롯해 수원점, 그리고 최근 문을 연 평택점까지 모두 3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AK플라자 점포가 모두 4개인 점을 감안하면, 4분의 3이 경기도에 집중된 셈이다.

분당점의 경우 지난해 54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수원점은 3200억원을 올려 수원지역 1번점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평택점은 올해 900억원의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과 수퍼마켓이 주력인 GS리테일도 빼놓을 수 없는 강자중 하나다. 백화점(GS스퀘어) 3곳(부천·구리·안산점) 모두가 경기도에 있을 정도로 사실상 이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세 점포의 지난해 매출 5625억원선.



경기지역 매출만 놓고 본다면, GS는 AK·롯데에 이어 엄연한 3위다. 최근엔 위탁운영하던 안산점을 850억원에 인수했으며, 오는 2012년쯤에는 안양 평촌에 4호 백화점을 연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이밖에 업계 4위인 한화갤러리아(수원점 2300억원)와 이랜드(평촌점 1900억원), 그랜드백화점(019010)(일산·수원점 1560억원)도 경기권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업계를 쥐락펴락한다는 `빅3`의 경기도내 위상은 기대 밖이다.

점포 수가 뒤쳐진 이유도 있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서울에 점포가 집중된 것도 중견업체들의 약진에 빌미를 제공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전체 25개 점포중 9개가 서울에 몰려있으며, 현대와 신세계도 각각 6곳과 3곳(영등포점 포함)의 점포를 서울에 거느리고 있다.

업계 1위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은 경기 일산·분당·안양 등 이른바 `부촌(富村)`지역에 점포를 냈지만,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다.
 
지난해 세 점포의 매출은 총7800억원대. 일산점이 백화점 평균매출(3000억원)에 육박한 2900억원을 올렸을 뿐, 안양(2500억원)과 분당(2400억원)은 기대에 다소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그나마 롯데백화점은 나은 편에 속한다. 업계 2·3위인 현대백화점(069960)과 신세계백화점이 경기도에 출점한 점포는 각각 1곳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두 회사의 경기지역 매출은 3000억~4000억원 언저리다. 현대 부천중동점은 지난해 3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신세계 죽전점은 38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