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자]②영월
by스포츠월드 기자
2006.08.17 12:00:00
[스포츠월드 제공]
강원도 산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7월 16일. 영월군 영월읍은 동강 범람 위기를 맞았다. 동강 수위가 범람 위험 높이 12m에 육박한 것. 이에 따라 덕포리 등 3개 저지대 주민 1만여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동강교에는 방송사 중계차들이 진을 치고 앞다투어 범람위기를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영월초등학교로 대피한 1만여명의 주민들과 온국민은 초조하게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다행히 동강은 범람 위기를 넘겼다. 영월초등학교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주민들도 이른 새벽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15일. 영월군은 평상을 되찾은 분위기다. 영월읍에서 고씨동굴로 가는 길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것을 제외하고 수해의 피해를 특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영월군청 관계자도 동강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고, 서강과 서면, 남면 일대에서 부분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영월군에 따르면 이번 수해 피해액은 500억원. 인제와 평창, 양양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치다. 또 피해복구도 10일만에 완료됐다. 그러나 눈에 잡히지 않는 피해가 적지 않았다. 피서철 최고 성수기에 개최 예정이었던 동강축제(7월28∼30일)가 취소된 것을 비롯해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월군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매스컴에서 ‘동강범람 위기’를 집중보도한 탓에 실재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관광객들은 ‘영월로 여행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
이것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영월군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동강 래프팅의 경우 한해 평균 26만명이 찾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래프팅 인구가 4분의 3 이상이 줄었다. 래프팅 최대 성수기인 7월에는 집중호우 때문에, 8월은 ‘동강에 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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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장마가 끝난 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옥동천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 |
동강 래프팅 업체가 몰려 있는 삼옥리와 거운리 일대에는 빈 보트만 쌓여 있다. 동강 래프팅 구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어라연에도 고작 몇 대의 보트가 내려올 뿐이다. 예년 이맘 때면 어라연 일대는 수십대의 보트가 떠내려와 장관을 이루곤 했다.
영월군청 관계자는 “수해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도 영월이 대표적인 수해지역으로 인식되면서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라며 “영월군은 지금 관광객을 맞이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월군은 뒤늦은 피서를 떠나는 이들에게는 계곡을 권한다. 영월군 남동쪽 상동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옥동천 주변에는 맑고 한적한 계곡이 많다. 이 가운데 김삿갓계곡은 충북 단양쪽에서 수해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물빛이 흐리다. 반면 옥동천을 위시해 찰랑이골, 직동계곡, 내리계곡은 시리고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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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사진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 영월에는 다양한 테마를 가진 박물관이 9개가 있다. |
영월군이 추천하는 당일 여행은 래프팅과 연계한 박물관 기행. 오전에 래프팅을 즐긴 후 오후에는 영월군에 산재한 박물관을 찾는다. 영월군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는 박물관이 9개나 있다. 이 가운데 동강사진박물관·곤충박물관·책박물관은 돌아오는 코스에 포함시키면 된다. 이틀 일정이라면 밤에 별마로천문대를 방문한 뒤 다음 날 고씨굴과 김삿갓유적지, 조선민화박물관, 목산박물관을 포함시킨다.
영월군청 관계자는 “영월은 피서철에만 반짝하는 곳이 아닌 사계절 여행이 가능한 고장”이라며 “산과 계곡, 김삿갓과 단종에 얽힌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언제 찾아도 행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월군 문화관광과(033-370-2061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
192일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 |
연간 192일 동안 천체를 관람할 수 있는 영월 별마로천문대(위쪽)와 보조 관측실. |
영월읍에 들면 북쪽으로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은 산이 보인다. 단종이 사약을 받자 그의 몸종들이 동강에 몸을 던졌다는 봉래산(800m)이다. 이 산의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는 요즘 영월의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월읍에서 가파른 산길을 구비돌아 15분이면 봉래산 정상에 닿는다. 천문대를 보러온 이들은 우선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조망에 취한다. 영월읍을 휘돌아 나간 동강과 서강이 만나 비로소 남한강이란 이름을 얻는 모습이 발아래 펼쳐진다. 이처럼 탁트인 조망 덕에 봉래산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별마로천문대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별마로란 별(star)과 마루(정상)를 합쳐서 만든,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천문대인 별마로천문대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맑은 날이 연간 192일이나 된다. 따라서 사계절 내내 ‘별밤지기’를 할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지하1층을 포함해 4층으로 됐다. 지하 1층은 천체투영실이 있다.
8.3m의 돔 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해 시간과 날씨에 관계없이 밤하늘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이 곳에 투영되는 별은 5.75등급까지 3500여개. 진행자가 별자리 찾기,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별자리 소개 등을 해준다.
지상 1층은 태양계 행성 모형과 태양의 내부구조, 천문상식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전시실이다. 2층은 우주관련 다큐멘터리 상영과 천문 관련 강연을 할 수 있는 시청각실이다.
4층 보조관측실은 총14대의 다양한 망원경이 있어 행성과 은하, 성운 성단, 태양의 흑점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주관측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반사망원경(800㎜)이 설치되어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했다. 또 CCD비디오 카메라가 모니터와 연결되어 있어 달의 표면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천문대 주변에는 산림욕장과 숲속 야외공연장이 조성되어 있다. 오는 12월에는 연면적 400평, 3층 규모의 천문과학관도 문을 연다. 영월군은 천문과학관까지 개장하면 영월이 최고의 천문도시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마로천문대 개장시간은 하계(5∼8월) 오후 3∼11시, 동계(9∼4월) 오후 2∼10시까지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18세 이하 청소년 4000원이다. (033)374-7460·www.yao.or.kr
●박선규 영월군수 인터뷰
관광객 감소 등 큰 패해, 아름다운 자연·문화있어 관광영월 힘찬부활 확신지난 5월 당선된 박선규(사진) 영월군수는 초선이다. 그러나 박 군수는 군정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뜻하지 않은 집중호우로 시련을 맞았다. 영월의 여름 행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동강축제와 동강사진축제가 그동안 애써 준비한 보람도 없이 취소됐기 때문.
박 군수 자신이 공직에 근무하며 오랫동안 관광분야 업무를 담당했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사실 동강축제는 우리 군 최대의 축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개최해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게 수해 복구에 보탬이 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하지만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생각하면 차마 축제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박 군수는 매스컴의 과잉보도를 아쉬워했다. 물론 동강 범람 위기가 큰 뉴스라는 데는 공감했다. 하지만 범람 위기를 넘긴 후 추가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아 영월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처럼 인식된 것이 관광객의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영월은 동강·서강·법흥사계곡·옥동천 등 이름난 계곡과 강이 많아 ‘수해뉴스’가 피서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직격탄 역할을 했다.
“불볕 더위가 쏟아지던 지난 4일 군청 직원들과 함께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거리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영월은 이번 수해 피해에서 안전하고, 수해지역으로 여행가는 게 수재민들을 돕는 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돌아선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박 군수는 그러나 영월이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이기 때문에 다시 힘찬 도약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여름 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고장이 영월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면 ‘관광영월’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영월이 간직한 유산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단종의 슬픈 생애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청령포가 최고입니다. 동강은 래프팅의 성지입니다. 또 별마로천문대를 비롯해 9개나 되는 특색있는 박물관은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공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영월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