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HK銀 PPRF 자금조성 어떻게 했을까

by오상용 기자
2005.10.20 13:30:00

15개 국내외 법인 동원.."환치기했다" 진술도
HK저축銀 관련인 둘러싸고 난마처럼 얽힌 소송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HK저축은행(007640)의 최대주주인 퍼시피캡 퍼시픽 림 펀드(PPRF)가 국내 자금으로 조성된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드러나면서 이 펀드의 자금조성과 이동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PRF가 지난 2003년말 272억원의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는 8개 국내법인과 1개 국내은행, 4개 해외법인 및 2군데 해외은행 등 총 15개 회사가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을 미국 PPRF로 집결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환치기 수법까지 이용됐다는 법정 진술도 나왔다.



PPRF 대표로 있는 권덕만씨가 서울지법에 제출한 서면자료에 따르면 PPRF 자금은 권씨와 권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 등이 다른 국내 기업 및 창투사로부터 차입하거나 투자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조달됐다.

자금원을 살펴보면 ▲권씨가 대표로 있는 월드인월드개발(현 ㈜새로운성남)이 남광토건에서 빌린 돈 100억원 ▲권씨가 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월드인월드가 투자한 자금 62억원 ▲월드인월드의 대주주인 동진산업과 태원전기가 펀딩한 자금 50억원 ▲권씨와 월드인월드가 담보를 제공하고 유치한 한솔창투자금 35억원 ▲권씨 개인 현금 25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월드인월드개발이 남광토건에서 돈을 빌릴 당시 `월드인월드` 등은 연대보증을 섰었다.



이렇게 전액 국내에서 조달된 자금은 3군데 경로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PPRF로 모였다.

우선 남광토건과 동진산업 태원전기 한솔창투를 통해 조성된 185억원은 오영석 前 HK저축은행 대표가 운영했던 (주)토세베라에 집결됐다. 그리고 이 돈은 다시 홍콩법인인 차이나델타인베스트먼트와 하와이법인인 쿨라인베스트먼트, 미국 법인인 어큐인베스트먼트를 거쳐 PPRF로 들어갔다.

(주)토세베라는 외국명품 수입판매를 위해 오씨가 설립한 회사다. 차이나델타인베스트먼트와 쿨라인베스트먼트는 권덕만씨 소유의 회사라고 권씨측은 밝혔다.

다음으로 월드인월드의 투자금 62억원은 P&K USA(현 월드인월드 미국법인)로 송금된 후 미국 한미은행과 선트러스트뱅크를 차례로 경유해 쿨라인베스트먼트에 모인 뒤 PPRF에 투입됐다.

권씨 개인 현금자산인 25억원은 오영석씨와 오씨 가족 등 인편을 통해 일본으로 옮겨진 후 다시 어큐인베스트먼트를 경유해 PPRF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환치기수법이 동원됐다는 진술이 나온다. 권씨측은 법원에 "이 돈은 오씨와 오씨의 가족들이 일종의 환치기를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고, 이후 어큐인베스트먼트를 통해 PPRF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권씨가 PPRF의 실체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5월 오씨가 `PPRF에 대한 권리가 오씨 자신에게 있다`며 권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자칫하다가는 자신이 빚보증을 서가며 조성한 펀드가 오씨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금조성 과정을 상세히 밝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서울지법은 권씨의 진술과 권씨가 제출한 입출금내역서 및 차용증 등을 검토, 권씨의 손을 들어줬다.

권씨는 일단 PPRF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과 대표권리를 인정 받았지만 PPRF가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 셈이다. 이는 결국 권씨가 국내 자금으로 만든 PPRF를 외국계 사모펀드로 포장하고, 이 돈으로 HK저축은행을 인수해 사실상 HK를 지배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 2003년 PPRF가 금감원에 HK저축은행 지분취득 신고를 하면서 PPRF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사모펀드로 주요출자자는 `하와이 치과의사협회` 등 외국인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권씨측 변호인은 "권씨가 PPRF에 자금을 댄 것은 맞지만 HK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동원된 기법은 이종윤 전 HK대표와 오씨가 생각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씨는 "현재 오씨와의 유사한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인터뷰를 피했다. PPRF를 놓고 오씨와 권씨가 벌이는 소송은 국내에서 한 건이 마무리됐지만 유사한 소송이 미국 델라웨어주 법정에서 현재 진행중이다.

HK저축은행 관련자들간 법적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난마처럼 얽혀있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2대주주인 선진씨엠씨와 1대주주인 PPRF간에 맞소송이 걸려있다. 지난달에 PPRF가 선진측을 상대로 신주발행유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이달 들어선 선진측과 이종윤 전 HK저축은행 대표가 공동으로 권씨의 배임죄를 물어 소장을 제출했다.

100억원을 `월드인월드개발`에 빌려준 남광토건은 돈을 받지 못해 연대보증인인 `월드인월드`와 권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HK저축은행측은 금명간 권씨를 상대로 대출받은 돈 110억원을 상환하라는 고발장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