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론 부상…이재용式 '승어부 메시지' 나온다

by김정남 기자
2024.10.13 18:04:26

'삼성 위기론' 속 이재용 회장 역할론 주목
선대 4주기 추모 통해 뉴삼성 화두 던질듯
'이건희 시대' 넘을 승어부 전략 재계 이목
'위기론' 삼성 반도체 수장들 물갈이 가능성
"전면 쇄신론 힘 받아…JY 전면에 나설듯"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 반도체 위기론이 점화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르면 이달 ‘뉴삼성’에 대한 화두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전반의 펀더멘털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 속에 본격 위기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 인사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물갈이가 조기에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 기일에 경기 수원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선대의 경영 철학을 기리는 추모식을 연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가족 외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 사장단 역시 추모식을 찾는다.

이 회장은 이후 사장단과 경기 용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통해 삼성 위기론과 관련한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을 되새기는 동시에 뉴삼성을 위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것) 전략’의 윤곽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승어부는 선대회장의 영결식 당시 고인의 고교 동창이 읽었던 추도사에서 나왔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 행보를 통해 ‘새로운 기술 확보’ ‘더 과감한 도전’ ‘삼성다운 미래 개척’ 등의 메시지를 던졌다. 6월 미국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통해서는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했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보다 세상을 바꿀 ‘퍼스트무버(선도자)’로서의 과제가 더 큰 상황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 회장은 다만 오는 27일 취임 2주년 때는 별도 행사를 치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역시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사내 행사 위주로 간소하게 치를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장의 의중은 최근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읽혔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0시16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반도체 위기 돌파 방안, 연말 파격 정기인사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굳은 표정’ 자체가 메시지였다고 본다”며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문이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한 것인 만큼 이 회장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최근 3분기 실적 부진 직후 사과문을 통해 “한 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큰 폭의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의 경우 전 부회장이 5월 ‘구원투수’로 온 이후 경영진단을 통해 문제점들을 파악한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파운드리사업부의 일부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불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전면 쇄신론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DS부문 산하에 있는 메모리사업부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의 교체설이 나온다.

메모리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대만 TSMC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시스템LSI 사업은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과 비교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 예상을 밑돈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직후 전 부회장이 직접 사과한 것은 이같은 반도체 상황과 직결돼 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삼성 반도체 각각의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삼성 특유의 ‘턴키(일괄 공급) 전략’도 먹히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정기인사 역시 예년보다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께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조직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11월 말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