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연합뉴스 기자
2013.10.08 10:22:17
20여년 아동복지 헌신…2007년 도박·주식 수렁에 휘청
의정부지법 “선행 인정되지만 죄질 나빠” 징역 1년 6월 선고
(의정부=연합뉴스) 불우아동의 대부(代父)로 잘 알려진 아동보호시설 원장이 주식과 도박에 빠져 일순간 범죄자로 추락했다.
법원은 “그동안 선행은 인정되지만 불우아동 복지를 위한 공금을 개인 용도로 써 죄질이 나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종교인인 정모(59) 원장은 1990년 경기도 의정부시내 한 종교시설 안에 아동보호시설을 운영, 갈 곳 없는 아이 60여 명을 돌봤다. 장애 아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며 ‘불우아동의 대부’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를 믿은 공공기관과 기업 후원이 잇따랐다.
원장의 선행과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후원금만 매년 4억원에 달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국고보조금도 정 원장이 관리했다.
2003년에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가건물 4동 중 2동이 누전으로 불에 타자 정 원장은 은행에서 9억원을 대출받아 건물을 신축했다.
이런 정 원장은 2007년부터 돌변했다.
주식과 도박에 빠져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탁모(42·여) 사무장을 시켜 공금 일부를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
2011년까지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고 주식에도 투자해 3억8천여만원을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사용했다.
이 기간 아이들에게 써야 할 국고보조금 4억3천여만원을 은행 대출을 갚는 데 멋대로 사용했다.
종교인 두 명을 시설에 허위 등록,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 3천여만원을 부당하게 받기도 했다.
정 원장의 이 같은 행각은 경찰 수사로 결국 만천하에 드러났고, 검찰이 1년 간 추가 수사해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했다.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이도행 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정 원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탁 사무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원장이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한 부분은 관련 법에 처벌 규정이 신설된 2006년 이전이어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이들이 정당하게 받았어야 할 복지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기부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등 죄질 좋지 않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횡령한 후원금을 복구하고 편취한 보조금 일부를 반환한 점, 20년 간 갈 곳 없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돌본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