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美-나토 개입시 `피의 전쟁` 경고

by김기훈 기자
2011.03.03 10:00:18

"리비아인 수천명 사망 각오해야"
국제형사재판소 수사 착수..비난 가열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등의 군사 개입은 `피의 전쟁`을 부를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카다피 친위 세력과 반정부 세력 간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카다피가 국제사회와 반정부 세력 모두에 결사 항전 의지를 드러내면서 내전 장기화가 우려된다.


2일(현지시간) AP와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다피 친위부대는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동부 도시 브레가를 공격해 공항을 빼앗고 시위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카다피 측은 또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수도 트리폴리 주변 6개 도시에 대한 재공략에 나서 가리안과 사브라타 등 전략적 요충지 두 곳을 탈환했다.

카다피 세력은 특히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 헬기 등 막강한 화력을 동원, 반정부 세력에 대한 반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점차 늘어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2주만에 사망자 수는 6000명이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 역시 트리폴리 서쪽 알-자위야와 동쪽의 미스라타 지역으로 쳐들어온 카다피 세력을 물리치는 한편, 진탄과 즈와라 등 이미 점거한 도시 사수에 나서는 등 카다피의 공세에 굽히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전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카다피 축출을 위해 군사 개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위협을 느낀 카다피는 자국민을 인질로 삼아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카다피는 이날 트리폴리 시내에 주요 외신 기자들과 지지자들을 불러 "미국과 나토 등이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면 우리는 피의 전쟁을 벌일 것"이며 "수천 명의 리비아인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리비아의 석유와 땅을 강탈하고 식민지화하려는 음모에 맞서 "마지막 남자와 여자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다피가 피의 전쟁까지 들먹이며 국제사회를 위협한 것은 서방국가의 군사 개입 시 일순간에 자신의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군함 2척을 리비아 인근 해역에 배치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터키와 이란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무력 사용에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차하면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카다피 세력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는 리비아 과도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카다피가 고용한 용병들의 거점지역에 대해 폭격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사실상 군사 개입을 뜻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국제사회의 논의 대상에 올라 있는 만큼 카다피로서는 신변에 큰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유엔(UN) 산하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카다피 정권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ICC 검찰부는 리비아 유혈 사태가 반 인류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에 의해 ICC 검찰부가 수사에 들어가는 것은 수단 다르푸르 내전에 이어 이번 리비아 사태가 사상 두 번째다. 이와 관련해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3일 ICC가 위치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리비아의 상황이 왜 반 인류범죄에 해당하는지와 기소 대상이 누가 될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리비아 사태를 용인할 수 없다며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카다피는 `문제의 일부`라며 "이제는 그가 물러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