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戰, 신한·농협·메릴린치 3파전?

by김수연 기자
2006.04.05 11:52:38

신한,자금비축…농협도 적극 검토…ML `강자`
하나금융, 참여여부 아직 결정못한 듯
우리금융, 전략적 참여조차 단념한듯
씨티, 중국사업 인수에 집중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오는 19일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있는 LG카드(032710) 매각과 관련, 인수후보들이 하나 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055550)지주와 농협, 메릴린치가 강력하게 경쟁하는 3파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 의사가 불분명한 하나금융지주(086790)와 씨티의 행보가 여전한 변수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다음주께 인수 후보들이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올초 `무시못할 잠재 후보`로 분류됐던 농협이 인수의향서 마감이 다가오면서 `실제 주요 후보`로 떠올랐다.

농협은 자체 출자금 최대 1조3000억원과 외부 컨소시엄 자금을 통해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연기금 등 여러 기관투자자에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LG카드 지분 14.59%를 보유, 산업은행에 이어 2대주주다. 또 LG카드 채권단이 향후 국내 금융산업 발전구도 및 여론 등을 의식, 가급적 국내에 매각하려는 정서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또 주인이 정부라 경쟁자 신한지주 등에 비해 주주 설득에 대한 부담이 적고 이미 신용카드 회원 570만명을 보유, LG카드 회원을 합치면 카드업계 부동의 1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자금조달능력, 명분, 인수시 시너지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농협이 `거칠 것 없이`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 경쟁자들은 주목한다.

다만 농협이 경제사업 등 본업엔 관심없고 신용사업에만 집중, 거대 금융그룹화 한다는 시중은행들의 견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감독기관인 농림부는 이같은 농협의 움직임에 부정적이지 않다.

메릴린치 두려워"

반면 신한지주는 자금 확보 등 인수전에 대비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지난해부터 해외의 재무적투자자는 물론, 전략적 투자자들과도 활발히 접촉해 왔으며 이에 따라 한때 아멕스와의 제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이미 국내와 일부 해외자금 등 펀딩을 마친 것으로 안다"며 "한두개의 대형 투자자가 아니라 여러 곳의 투자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수전 참관자들은 "메릴린치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는 주요 의사결정이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알기 어려우나 메릴린치가 예상보다 강력한 인수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LG카드 박해춘 사장과도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지난 2004년 국내 금융기관이 돈을 꿔주지 않을 때 금리 5%에 4억달러를 제공,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후 LG카드는 해외 자산유동화채권(ABS)을 발행할 때 메릴린치를 주간사로 선정해 `보은` 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또 메릴린치 IB 부분 다우 김 대표가 LG카드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외환은행을 놓친 하나금융지주는 긴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팀은 해체됐지만, 아직 LG카드 인수팀은 구성되지 않았다. 주간사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교중 사장 등은 최근까지 계속해서 "아직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하나지주는 국내에서 LG카드 인수자금 확보에 나서는 정황조차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하나지주가 LG카드를 건너 뛰고 민영화가 예정돼 있는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도 제기될 정도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19일 의향서 마감과 상관 없이 의향서는 일단 내고 LG카드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인지 결정해도 된다"며 "최종 결정까지 한달가량의 시간 여유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두고 좀더  LG카드 매각의 판세를 보고, 매각에 최대 변수가 될 정부측 입장도 지켜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인수전에 일절 참여하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 및 예금보험공사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인해 1년 넘게 준비해 온 LG카드 인수를 최근 단념했다.

그럼에도 애초 시장관계자들은 실제로는 LG카드를 인수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형식적으로나마 인수전 초기 몇 단계에 참여하다가 중도에 손을 털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후보일 뿐만 아니라 LG카드 지분 8.3%를 보유한 대주주로 매각자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하므로 인수후보간의 경쟁을 부추길 전략적인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와 예보 등의 입장으로 인해 우리금융지주가 아예 처음부터 의향서도 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카드에 관심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진 씨티의 행보도 관심사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 연말까지도 씨티가 LG카드에 깊은 관심을 표현해 왔지만 최근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며 궁금해했다.  

일각에서는 씨티그룹이 현재 중국에서 대형 딜을 진행하고 있어, LG카드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중국에서 광둥개발은행 인수 241억위안(미화 30억달러)을 제시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