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 매도 압박에 빈사상태 전세시장…1년만에 ‘반토막’

by이정현 기자
2026.05.16 07:00:04

신규 전세 계약 1년 새 급감, 월세 역전 현상까지
비거주1주택도 매도 유도…불안한 전세난민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임대차 수급 불균형 확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는 규제 여파로 전세시장이 냉각을 넘어 ‘노딜’(No Deal)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급 절벽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사이, 정작 시장 내 전세계약 건수는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물 잠금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를 비거주 1주택자로 확대한 방침 역시 전세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 매매만 붙어 있는 부동산(사진=연합뉴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체결된 신규 전세계약은 3634건으로 전년동기 기록한 6136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6426건을 기록하며 통상 수준을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규제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임대매물 가뭄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월세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탓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맺은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총 1만5177건으로 전년동월 2만2424건 대비 대폭 낮아졌다.

월세 대비 전세시장 위축이 더 빠르다. 지난해 12월 신규 전세계약이 5629건이었던데 반해 월세계약이 6567건을 기록하며 역전되더니 다섯 달 연속 전세보다 월세가 많은 ‘월세 역전현상’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함께 지난 9일부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등 임대 공급을 담당하던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된 것을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가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관리에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찍은 탓에 애꿎은 아파트 전세시장이 빈사상태에 처했다는 것이다. 팔리지 않은 다주택자 급매물이 다시 전월세로 전환될 수 있으나 완전히 얼어붙은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추월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3% 올라 2015년 11월 셋째 주(0.26%)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 역시 2.61%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매매 상승률 2.81% 보다 낮으나 격차가 줄어들었다.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매도 유도 정책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전세 수요자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갭투자를 허용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 지연되는 동시에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이중 압박’의 결과로 해석했다. 유주택자가 내놓는 매물로 부동산 시장 거품을 잡겠다는게 정부 정책의 핵심인데 급등한 아파트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전세 수요자만 사이에 낀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가 지속되는 한 임대 공급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거래 절벽과 전세 수급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임대차 시장 내 공급 역할을 감안할 때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이 전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아파트 매입이 제한되고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는 등 규제 칼날이 매서워질 때마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확대된 탓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주택가격 안정 기조를 목적으로 한 금융, 거래, 세제 등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의 일관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세가격 상승 가능성은 우려했다.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를 중심으로 수요를 관리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서 일정 부분 전·월세 매물을 공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 강화로 매물 공급이 위축돼 임대차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