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혈액암 발병에 조사위원회 구성·정밀 조사 착수

by함지현 기자
2024.06.26 09:51:56

이달 조사위원회 구성, 내달 인과관계 분석·개선 방안 마련
전동차 도장작업과 배수펌프실 점검 과정 위험 노출 가능성
"작업장 유해 물질 노출 모니터링 구축…추가 환경개선 추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집단 혈액암 발병이 알려진 가운데 공사는 다음 달부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작업 시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 요인을 전면 제거하는 작업환경 개선 등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까지 8명의 혈액암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명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현재 추가로 1명이 산재 신청 진행 중이다. 공사는 차량기지 내 도장작업과 지하철역 배수펌프실 점검 과정에서 직원이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차 외관(차체) 및 하부의 대차, 회전모터 등의 부식 방지를 위해 3년 단위로 도장작업을 해 왔는데, 과거에는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신나를 유성페인트와 함께 사용함에 따라 도색 및 건조 작업 과정에서 흡입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배수펌프실에는 라돈이 다량 함유된 집수정이 있는데, 직원이 집수정 배수펌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흡입했을 수도 있다. 지하철은 대부분 지하 암반 구간에 건설돼 라돈이 지하수를 통해 방출되고 있다.

공사는 이달부터 작업환경과 혈액암 발병 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분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우선, 직업환경분야 전문의, 노동전문변호사, 보건학 교수 등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 완료했다.



조사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동차 도장작업, 배수 펌프실 점검과 같은 유해 요인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직원 816명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전동차 도장작업 529명(현직 509명·퇴직 20명), 배수펌프실 점검 287명(현직 248명·퇴직 39명)이다.

이번 조사는 작업환경 조사와 작업자 유해 요인 노출 조사로 구성한다. 작업환경 조사에서는 환경 오염 물질, 노출 경로 등 해당 공정의 작업환경을 확인한다. 작업자 유해 요인 노출 조사는 작업자 집단 면담을 통해 유해 요인 노출 가능성과 강도를 분석하고 작업자 집단의 건강 수준을 평가, 유해 요인이 발병에 미치는 수준을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조사위원회는 발병 인과관계 분석과 작업환경 위험 요인이 확정되면 내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유해 요인 제거 및 노출 최소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수립해 공사에 제시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해 요인 노출 직원의 건강 검진과 발병 직원 지원 등 보호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며 “향후 작업장 유해 물질 노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추가 작업환경 개선도 추진함으로써 직원이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보수 및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