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메뉴판 번역해주며 AI 데이터 모았죠…하루 50만개 생성"

by김국배 기자
2023.05.21 17:07:44

[K-인공지능 생태계를 가다]⑭플리토
이정수 대표 "AI가 아이라면, 우린 '학습지 선생님'"
언어 퀴즈 풀면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저작권 걱정 없는 데이터"
유형따라 '톤' 조절…6월 생성 AI 번역 베타 서비스
'커뮤니티 사이트 통째로 번역' 테스트 ...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하루에 50만 개에 달하는 대화 데이터(세트)가 플리토 플랫폼에서 생성됩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아이라면, 우린 학습지 선생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플리토는 AI를 ‘키우는’ 데 필요한 언어 데이터(학습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그는 “아이를 낳는 것만큼 키우는 게 어려운데 AI도 마찬가지”라며 “가장 큰 이유는 학습 데이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AI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 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플리토)


플리토는 어떻게 데이터를 모았을까. 플리토의 아이디어는 이랬다. 이용자들에게 제시된 문장을 번역하게 하거나, 문맥에 맞게 대화문을 완성하게 하는 등 언어 관련 문제를 풀게 하고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대신 플리토는 이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가진다. 이 포인트는 플리토의 스토어에서 사용할 수도, 현금처럼 쓸 수도 있다. 걸으면 캐시를 주는 앱처럼 일종의 게임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음식 메뉴판, 관광 안내판 등을 사진 찍어 올리면 다국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미지 데이터를 모으려는 목적이 크다. 이 대표는 “국내 백화점, 관광지가 많은 제주도 식당 등에서 이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다”며 “가게 사장님은 메뉴판을 공짜로 번역을 해주니 좋고, 플리토는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인 셈이다.



플리토는 이렇게 쌓인 저작권 문제 없는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기 좋게 정제해 국내외 기업 등에 판매한다. 챗GPT 열풍 이후 생성형 AI에 관심이 늘면서 언어 데이터가 필요해 연락을 주는 기업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작년 기준 플리토 매출(125억원)의 7할이 언어 데이터 판매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플리토는 전문 번역가를 활용해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번역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기계가 아닌 전문 번역가가 하는 번역이다. 기업 고객이 2000개가 넘는다. 이 대표는 “최근엔 웹툰 분야 번역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 웹툰 번역으로만 30억원 넘게 수익을 냈다”고 했다.

현재 플리토는 네이버 파파고 같은 기계 번역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최근엔 생성 AI와 번역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해 오는 6월 베타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학술, 뉴스, 마케팅, 문학, 대화 등 분야를 선택하면 생성 AI가 유형에 맞는 ‘톤’으로 번역을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way’를 ‘뉴스’ 분야를 선택해 번역하면 ‘의지가 있으면 해결책이 있다’로 나오지만, ‘마케팅’를 고르면 ‘의지가 있으면 해낼 수 있다’로 조금씩 다르게 번역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생성 AI 번역 서비스가 더 발전하면 번역을 볼 사람에 맞게 표현 등을 바꿔주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독일 AI 번역 스타트업 딥엘이 오는 8월 국내에 유료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하는 등 국내 번역 시장은 성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같은 커뮤니티를 이미지, 댓글까지 통째로 번역해 영어를 몰라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커뮤니티에 콘텐츠가 올라가면 일본 사람은 일본어로, 중국 사람은 중국어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1년째 테스트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서비스를 했다면 이제는 기업 대 소비자(B2C) 분야로도 접근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작년 말에는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상장할 때 조건이 2020년에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늦어졌다”며 “일본의 경우 작년부터 흑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플리토는 2015년 중국 지사를 처음 설립한 후 3년 뒤인 2018년 일본에 지사를 세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