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는 LG..OLED 투자결정도 삼성보다 빨라

by임일곤 기자
2013.02.18 11:13:24

차세대 TV시장 주도권 기대.."가격경쟁력 확보"
삼성 "시장규모 크지 않아"..경쟁사에 자극제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LG디스플레이(034220)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꿈의 TV’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서 시장을 확실히 선도하겠다는 뜻이다.

LG는 이날 디스플레이가 8세대 화이트RGB(WRGB) OLED TV 신규라인(M2)에 대규모 투자를 확정했는데 이에 앞서 LG전자도 지난 1월 55인치 화면크기 OLED TV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가 사실상 세계 OLED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가운데 한쪽이 먼저 치고 나간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OLED TV 양산을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서면서 차세대 TV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양산은 제품 가격의 하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며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양산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부의 기술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한 기업이 먼저 양산을 시작한다고 해서 OLED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경쟁사들이 두루 참여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LG가 차기 디스플레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 삼성은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갤럭시’ 스마트폰 등 소형 제품에 들어가는 OLED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 TV용 대형 OLED를 양산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삼성그룹이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OLED TV 시장이 개화하는 시기가 멀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조사회사인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5년 OLED TV 시장이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LG측의 이번 투자 결정에 대해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시장 진입에 대해서는 각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시장선도를 강조하면서 올 들어 유독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은 올해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2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종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을 의식해 TV에선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시기를 늦추거나 주춤거리다 시장흐름을 선도하지 못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OLED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가 삼성보다 OLED 투자 계획을 빨리 내놓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앞서는 것으로 LG그룹의 빨라진 의사결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발표가 시장에 자극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