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철 부회장 "0.6초의 기적..하이브리드 새지평 열었다"
by김현아 기자
2011.07.13 11:38:16
클러치 접합시간 10분의 1로 단축..하이브리드 기술 선도 자신감
희토류 필요없는 유도모터 개발중..i40로 유럽차 잡겠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하이브리드는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전환기가 된 차입니다. 엔진과 모터를 열었다 닫았다 해주는 클러치의 접합 제어 시간을 0.6초로 줄여 가장 효율적인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5~6초씩 걸렸습니다."
| ▲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총괄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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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총괄본부장)은 지난 12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GM과 포드, 도요타도 시간 단축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클러치를 아무 때나 뗐다 붙였다 하는 기술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도요타도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하지 못해 대형 모터 2개를 쓰게 됐습니다. 도요타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시스템이 무거워져 고속도로에서는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좋지 않고 가속성도 떨어지게 된 거죠."
예전 기술을 클러치 접합기술 고도화로 새롭게 발전시켜 하이드리브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하이브리드 선두주자였던 도요타의 특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양 부회장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맡기 시작한 건 2008년.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를 접한 건 17년간 근무했던 포드자동차 연구소 시절이다.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10개 시스템을 동시 개발하는 등 이것 저것 다해 보는 상황이었다.
양 부회장이 2004년 현대차 전자개발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됐을 때만 해도 하이브리드차 얘기는 없었다. 3년이 다 돼 갈 때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비전으로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지시했고, 양 부회장은 '10-10(2010년 10월)'을 향해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인 클러치 접합 기술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외국에서 온 지 몇 년 안 된 임원에게 대대적인 지원이 가능했을까.
양 부회장은 "회장님이 개발초기 재경, 구매, 전략 등 최고위 임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한사람씩 호명하면서 직접 '하이브리드 만들건데 도와줘라'고 지시했다"면서 "회장님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기에 한 번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양웅철 부회장은 "하이브리드 차종을 확대할 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이브리드차 개발로 기업 이미지에 '친환경' 기술이미지가 부각된 점은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은 누릴 수 없는 우리만의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희토류가 필요없는 모터 기술과 전기차도 개발중이다. 그는 "코일을 감아서 자석화할 수 있는 유도모터 등 희토류가 없어도 자석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중인데, 아직은 부피가 커서 효율성이 안 좋지만 희토류 자원전쟁에 대비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올 하반기 출시되는 기아차의 박스카 탐(프로젝트명)을 2000대 양산해 판매하고, 2014년이 되면 준중형 전기차가 개발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LG나 SK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은 좋지만 가솔린차에 대항하려면 성능이 5배 정도 좋아져야 하는데 그 혁신이 쉽지 않다"면서 "전기차가 가솔린차를 대체하는 게 아닌 만큼 골프카트 처럼 전기차도 새로운 영역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EU FTA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는 충전표준에 대해서는 "일본과 정보 교류를 많이 하니 일본이나 미국쪽과 함께 가지 않을까"라면서도 "르노는 (유럽식인) AC급속충전 표준을 밀고 있는데, 결국은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까. 한 가지에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1999년 정몽구 회장 체제 출범이후 현대·기아차는 단기간에 품질을 향상시키고 세계 5위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세계 최정상을 거머쥐려면 감성품질을 끌어올리고 브랜드파워를 높여야 한다. 엔진 등 파워트레인을 넘어서는 전장부품의 경쟁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전장부품의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미래 첨단 자동차에서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전장부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총괄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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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비밀병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이 650만대 양산체제를 매년 발전시켜 나가는 것 만으로는 제2의 도약을 할 수 없다"면서 "5~6개월 정도는 검토해야 하기에 당장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제철에서 차에 맞는 철판을 개발하고 수소연료전지차의 충전 사업은 소형 플랜트 사업이 될 수 있어 현대엠코 등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것"이라면서 "연비경쟁을 위한 경량화를 위해 국내기업은 물론 독일업체 바스프, 미국업체 듀폰 등과 플라스틱 부품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미국 현지법인을 둘러보고 "'품질 안정화'를 넘어 고객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품질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본부도 감성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뛰고있다. 양웅철 부회장은 "감성품질은 스티어링, 소음진동, 내 몸에 맞는 디자인 등 차가 스마트하다기 보다는 내추럴하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과도한 IT화는 소비자들에게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차량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YF쏘나타'의 후속차종도 준비중이다. 지난 4월 'YF 쏘나타'를 출시했는데, 2013년께 중국 전용 세단을 선보일 예정. 중국에서 아반떼(중국모델명 엘란트라) 택시를 통해 대중차 브랜드로 여겨졌던 현대차가 새로운 럭셔리 이미지로 다가선다는 의미다.
양 부회장은 "중형급인 D세그먼트인 쏘나타 급이 들어가야 하는데, 베이징현대와 함께 후속차종에 대해 디자인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기아차는 기존에 있는 모델만으로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 당장 준비하는 중국 전용 모델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비좋은 유럽산 디젤차나 소형차의 국내 시장 공습도 다양한 신차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제네시스가 있어 커버되고 있지만, 후속차종이 필요하다"면서 "유럽 전략차인 i40과 i30후속모델(GD, 프로젝트명) 등 연비나 성능면에서 한단계 올라간 차를 하반기에 출시해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고 했다.
하반기에 출시될 i40은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가 디자인을 맡은 신개념 중형 왜건으로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독특한 라디에이터그릴과 캐릭터 라인 등을 담았다. 국내 해치백 시장을 확대한 'i30'의 후속 모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