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10.07.23 10:59:58
1300억원치 특정금전신탁 CP 소유자는 개인 투자자..협약 채권에서 빠져야
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기업 구조조정에 상당한 영향 줄 듯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특정금전신탁이 산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은 금융회사 소유인가, 아니면 개인소유인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개인 투자자 범위를 놓고 8개 금융회사들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아직 명확한 법원 판례가 정립돼 있지 않아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 8곳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 금호타이어 채권단을 대상으로 CP 원리금을 지급하라는 어음청구 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했다. 소송에 참가한 금융회사는 우리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대우증권이며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지평지성이다.
이들 회사는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매입한 CP의 실질 소유자는 개인 투자자들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워크아웃 기업의 채무 재조정 대상 채권(협약 채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수립한 워크아웃 플랜(경영 정상화 계획)에 따른 채무 재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의 예치금을 금융회사가 운용해 성과를 배분하는 신탁상품의 일종이지만, 고객이 투자대상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실소유주를 개인 투자자들로 본다. 이 때문에 은행업 감독규정은 특정금전신탁을 은행의 신용공여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투자손실 위험에 따른 충당금을 쌓지 않는다.
하지만 기촉법 관련 감독규정은 특정금전신탁을 금융권 신용공여에 포함시키고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CP는 총 2500억원정도며 이중 특정금전신탁 CP가 1300억원(52%)에 육박한다.
통상 워크아웃을 추진할 때 채권단은 금융회사의 특정금전신탁에서 매입한 CP를 개인 투자자 채권으로 간주해 금융기관 채권(협약 채권)보다 우대해왔다. 하지만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CP 상환규모가 커 논란이 발생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CP를 협약대상 채권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은 금융회사가 개인의 CP 투자를 대리해 준 것에 불과해 금융회사 채권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특정금전신탁 CP를 개인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 채권(협약 채권)보다 나쁜 조건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플랜에 따르면 특정금전신탁 CP는 2014년말까지 상환 유예하되 채권액 기준 58.8%는 무이자, 42.2%는 금리 2%를 지급한다. 금융회사들의 무담보 채권은 58.8%는 출자전환, 나머지 채권액은 2014년말까지 동결하며 금리는 2%를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