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나이지리아 악재에 `유가불안 또 고개`

by김경인 기자
2006.06.05 11:29:09

이란-미국 `핵`갈등..이번주 최대 고비될 듯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최근 안정된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 배럴당 73달러선을 훌쩍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고작 2달러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내내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던 중동의 정정 불안이 또 다시 유가 향방의 `핵`으로 부상했다. 나이지리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핵 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서방국의 갈등이 커져 유가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이미 시작됐고,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도 다가오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 심리를 해소시켜줄 요인을 찾기 힘든 형국이다.

◇나이지리아, 반군 무장활동으로 석유생산 계속 차질

5일 서부텍사스 원유(WTI) 7월 인도분은 한국시간 오전 10시16분 현재 1.07달러(1.48%) 오른 배럴당 7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상 최고가인 4월21일과 24일의 75.35달러까지 2달러 가량 남았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나이지리아 무장 반군은 8명의 외국인 정유사 직원들을 납치해 이틀간 억류한 뒤 지난 주말 풀어줬다.

미국인, 캐나다인 각 1명씩과 6명의 영국인 등 총 8명의 외국인들은 나이지리아 정유사인 픽 페트롤리엄의 직원. 이들은 반군에서 풀려난 뒤 정부 관리와 만나, 회사 경영진에게 인도됐다.

무장 반군은 지난 2일 나이지리아 남동부 해안에서 40마일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납치했다. 그들은 "픽 페르톨리엄은 나이지리아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일자리와 돈을 요구했다.

나이지리아 남부 델타지역은 수년간 정정 불안을 겪어왔다. 무장 반군들은 올들어 정유산업에 대한 거듭된 테러를 자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직원 납치만 올들어 네 번째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 평균 원유 생산량이 25% 가량 감소했으며, 테러로 파괴된 정유설비들도 아직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란, `페르시아만 원유수송 차단` 위협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은 전일 페르시아만을 통한 일체의 원유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아야톨리 알리 헤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이란을 잘못 대할 경우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UN안보리의 인센티브 패키지에 대한 사전 경고로도 풀이된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갖고 이란에 제시할 인센티브 패키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커먼웰스뱅크의 데이비드 써텔 스트레지스트는 "이란은 단지 자국의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위치한 페르시아 만의 출입구. 현재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4분의 1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 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극단적 태도를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행동에 너무 연연할 필요 없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써텔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공급이 부족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조만간 이란을 방문해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안할 예정. 이에 따라 이번주가 이란 핵 문제 타결에 있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