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이총리·사우디 국왕 "월드컵 때 잘해보자"

by정태선 기자
2005.11.29 11:38:02

잦은 일정변경에 외교부 진땀
중동에서도 삼성물산·현대건설 `대조`


[리야드=이데일리 정태선기자]이해찬 총리와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28일 면담한 자리에서 오는 2006년 월드컵을 화제삼아 서로 잘해 우승해 보자는 덕담을 나눠서 화제다.

중동순방 네번째 방문지인 사우디에 이날 도착한 이총리는 압둘라 국왕과 만남에서 "사우디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국왕과 환담하는 이 총리)

이 총리가 "우리가 사우디에게 지고도 본선에 진출했는데 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자 압둘라 국왕은 "한국과 사우디 중 어느나라가 이길 것으로 보이냐"는 다소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사우디가 1등하고 우리나라가 2등을 하면 어떻겠냐"며 "둘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예방자리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80년 당시 최규하 대통령이 중동을 잠깐 다녀간 이후로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이곳을 다녀가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무리 높은 국빈급 인사가 찾아오더라도 국왕이 낮잠을 즐기기라도 하면 깨우지 못하는 중동의 관습 때문이다. 또 시간 개념이 우리와 달라 최고위급 면담의 일정이 번번히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대통령이 방문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외교부 관계자들은 짤릴 각오를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선듯 최고위급의 중동순방을 건의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  (:술탄 왕세제와 환담하는 이총리)


이 총리의 이번 중동 순방기간에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해서 외교부 관계자들은 진땀을 뺏다. 아랍에미리트에선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돌연 면담을 취소했고, 쿠웨이트에서는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이 일신상의 이유로 예방을 받지 않았다. 28일 압둘라 사우디 국왕과의 예방도 별다른 이유없이 예정된 시간보다 서너시간 뒤로 지연돼 외교부 관계자들이 좌불안석이었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판이하게 다른 삼성과 현대의 문화가 극명하게 대비돼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첫 방문국가인 아랍에미리이트 두바이에서 700m에 달하는 초고층빌딩 `부르즈 두바이`시공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000830)은 이 총리에게 `기가 막힌` 프리젠테이션으로 지반공사가 끝나고 불과 몇층 밖에 올라가지 않은 현장에서 대단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IT기술과 동영상 등을 이용해서 현란하고 한치에 오차 없는 사무실내 브리핑으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반면 두번째 방문지인 쿠웨이트에서 해상터널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건설(000720)은 이지송 사장이 국내에서 달려와 간이천막 막사에서 브리핑을 직접했다. 절도있는 인사로 시작하는 브리핑은 흡사 군대를 방불케했고, 천막 밖에서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근로자들과 함께 국내간부들이 이 총리가 나올 때 맞춰 절도 있고 힘있는 박수를 치기 위해 연습까지 감행했다. 대규모 해상터널을 시찰한 이 총리는 감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삼성물산의 경우 17명에 불과한 비교적 젊은 엔지니어들이 외부인력을 동원해 초고층빌딩을 짓는 반면 현대건설은 15년이 넘은 노장들이 직접 나서 곳곳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도 큰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