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불법 딱지 떼는 문신사…"과한 규제로 다시 음지 숨게 안돼"
by김세연 기자
2026.02.06 06:00:00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 인터뷰
"기존 사업자에게 시험 특례 필요"
"실질적인 위생 기준도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올바른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것 또한 음지를 만드는 겁니다. 기존 사업자들을 음지로 더 숨게 하는 규제를 만들지 말고 현장 얘기를 반영하는 그런 제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이 최근 서울 은평구 대한문신사중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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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에서 비의료인이 하는 문신 시술은 불법 의료행위였다. 지난 1992년 대법원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로 판결한 이후 문신을 하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시술할 수 있는 의료인들은 한정돼 있는 만큼 불법적인 문신 시술 행위가 음지에서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7년 10월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자격증이 있는 문신사들이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문신업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게 된다.
최근 서울 은평구 대한문신사중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그동안 숨어 있던 문신 사업자들을 문신사법 제정으로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이 생겼다는 건 진입을 더 어렵게 하기보다는 기존 사람들이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7년 10월 문신사법이 본격 시행 전에도 사법 당국에서는 법 제정을 고려한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법 시행 전까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법적으로 ‘불법’이지만 보건복지부는 검찰청·경찰청·법원 관계기관에 법 제정 취지를 고려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차원에서 협조 요청을 보낸 상태다.
그렇다고 기존 사업자들이 자연스럽게 합법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에 발맞춰 내년 말께 첫 문신사(타투이스트) 국가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신업에 종사하려면 기존 사업자와 신규 진입자 모두 반드시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시행일부터 최대 2년 동안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임시등록과 면허취득 유예 등 특례를 부여한다. 즉 2029년 10월29일부터는 문신사 자격증 없이 영업하게 되면 모두 불법으로 간주 된다는 의미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행규칙이나 국가시험 가이드라인은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단계이며 2027년이 돼야 확정안이 나온다. 임 회장은 법 세부사항 논의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제도권 편입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이 문신을 제도권으로 들여놓아야 한다고 느낀 것은 약 20년 전부터다. 그는 “원래는 관세 업무를 보는 사무직에 종사했다.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여건이 되자 업무도 안 맞고 출퇴근할 자신도 없어 일을 그만두고 문신사로 직업을 바꿨다”며 문신사로서 삶을 시작한 당시를 떠올렸다.
임 회장은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얘기를 꺼내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문신샵을 차려 사업을 영위하던 도중 불법 문신업을 한다는 신고를 받게 됐다.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며 “재밌는 점은 저를 수사했던 경찰관도 저 같은 비의료인에게 눈썹 문신을 받은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조사하면서도 굉장히 미안해하더라. 이 과정을 겪으며 왜 문신을 의료행위로 구분해야 하는지 부당하다는 걸 느끼고 제도화 운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한문신사중앙회(문신중앙회)는 지난 2018년 임 회장이 창단한 단체로 문신사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임 회장이 개인 및 소규모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기간을 합치면 역사는 10년을 훌쩍 넘어선다. 임 회장은 “초기에는 협회 이름도 없이 단 3명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4년에 ‘헌법소원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문신이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집단 헌법소원을 추진한 게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문신을 제도권에 들여놓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며 수많은 좌절을 맛봐야 했다. 대표적인 게 헌법소원 시도다. 임 회장 주도로 문신업 종사자 및 협회는 2017년부터 6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료법 제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등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이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임 회장은 “많이 좌절했고 많이 울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많이 하고 국회의원 청원도 했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바꾸는 게 승산이 있다고 보고 법적 분쟁에 휘말린 문신업 종사자들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해주며 상고를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즉 문신업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빠르게 법적 과정을 끝내기보다는 대법원에서까지 논리를 다투며 무죄임을 입증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청주지방법원은 문신 시술(반영구 화장 시술)을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문신 시술을 의료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런 판례들이 차곡차곡 모여 문신사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임 회장은 국내 문신 이용자가 1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늘어나는 문신의 인기와 문신에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져 결국 문신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문신사법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안전하고 위생적인 문신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의 위생 및 기술적 의무는 부여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강도 높은 규제는 오히려 음지 영역을 더 넓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신을 의료행위에 준한다고 보고 의료인의 멸균기준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술 과정에서 멸균 수칙을 지킬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술 환경 전체를 멸균상태로 유지하는 건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위생 기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문신 사업자의 경력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고 국가시험 과정에서 특례를 부여할지도 관건이다. 임 회장은 “위생교육 등 필수적인 부분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되 문신 경력이 인정되는 자들에게는 필기시험을 면제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인정 기준으로는 △사업자 등록 여부 △문신 민간자격증 취득 여부 △위생교육 수료 여부 등을 제시했다.
임 회장은 그간 문신사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며 고가의 수익을 창출했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대법원 판결 등을 거치며) 의료법 외에 다른 불법을 만들지 않아야 우리가 스스로 당당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탈세라는 또 다른 범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이전에는 출판업 등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후 영업을 했다”며 “2019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9년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업종 코드 930925)에 ‘문신업’을 포함하며 사업자 등록을 가능하게 했다. 임 회장은 “불법 마취크림 사용 근절 운동 등 이외에 업계 불법 근절을 위한 활동을 협회 차원에서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 약력
△1977년 대전 출생 △서울문화예술대 미용학 학사 △차의과학대 의학과 보건학 석·박사 △소상공인연합회 이사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
| |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이 최근 서울 은평구 대한문신사중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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