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병서 기자
2024.09.08 17:54:28
개별 가격 알기 어렵고 추가금 요구에 ‘울상’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건 수 ‘오름세’
신혼부부 소개 미끼로, 업체 군림 웨딩 플래너 업체
전문가 “가격 표시제 도입에 추가금 표시도 필요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36·여)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쾌했던 장면들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웨딩 플래너(결혼식 기획 대행업자)를 통해 소개받은 예복 업체가 영국제 수입 원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거나,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수제화를 맞출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구매를 강요해서다. 박씨는 “지인이 2년 전에 결혼 준비를 맡겼던 예복 업체에서 같은 구성으로 맞췄는데도 가격 차이가 100만원에 달했다”면서 “가격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도 그렇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결혼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예식을 준비 중인 박씨와 같은 예비부부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결혼식 준비의 필수 삼 요소로 꼽히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가격 정보가 부족해서다. 통상 웨딩플래너 업체가 스·드·메 업체의 합친 가격을 패키지 형식으로 제시하다보니, 예비부부들은 각 요소의 가격을 알기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신혼부부에게 ‘헬퍼비(25만원)’, ‘피팅비(5만 5000원)’, ‘사진 선택 후 컨펌비(11만원)’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금을 내게 하기도 한다.
내년 1월 결혼하는 직장인 서모(34·여)씨는 예상하지 못한 추가금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웨딩 플래너가 드레스 업체 3곳을 추천해줬고 이들 업체에서 드레스를 입는 비용으로 현금 5만 5000원씩 16만 5000원을 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또 스튜디오 웨딩 촬영을 오전에 하게 된 터라 오전 6시 30분에 메이크업을 받게 됐는데 ‘얼리 차지(Early charge)’란 명목으로 5만 5000원을 더 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드레스를 입게 도움을 주는 이른바 이모님에게 드리는 비용 25만원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서씨는 “헬퍼비나 얼리차지 비용처럼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있어서 결혼 준비에 더 부담이 됐다”면서 “이런 비용은 웨딩 업체 쪽에서 당연히 해줘야 하는 서비스 아닌가”라고 물었다.
실제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를 통한 피해구제 신청은 느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176건에 달한다. 이는 2022년 한 해 피해구제 신청 건수인 152건을 웃도는 수치다. 더군다나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19년 137건, 2020년 94건, 2021년 92건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152건, 2023년 235건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웨딩 시장은 불공정 거래의 대명사로 꼽힌다. 정보 불균형을 무기로 업체들이 ‘묻지마 정보’를 소비자인 예비 신혼부부에게 제공해온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로 꼽힌다. 이들이 예비부부에게 패키지 형태의 스·드·메 업체를 연결해주다보니,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 업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갑 중의 갑’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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